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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주영곤
내 이름은 '후회'야.
둥글게 생긴 방 안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한 사람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끝없이 웃기만 했고, 나머지 한 사람은 얼굴을 부여잡은 채 계속해서 울기만 했다. 그러자 울음소리에 화가 난 계산기를 든 사람이 소리쳤다. "시끄러워! 너 때문에...
2016년 7월 25일
Una film
언젠가 꿈에서 어떤 컵 하나를 발견했는데, 거기에 Una Film이라고 쓰여있었다. 알아보니 이탈리아어로 영화라는 뜻이었다. 직역하자면 '하나의 영화'가 정확할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 한 편의 영화를 남기기 위해 태어난 운명일지도 모를 일이다....
2016년 7월 23일
사람이 그리워요
사람이 그리워요. 나는 사람인데도, 사람이 그리워요. 결국 나는 사람이길 거부해 버렸거든요. 나는 짐승이 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짐승들이 나보다 나았어요. 그래서 나는 다시 사람이 그리워졌어요. 나는 사람들에게 물었어요. 당신은...
2016년 7월 18일
대사 연습
"무슨 생각해요?" "..아무 생각없어요." "말해봐요. 당신의 생각을 기다려줄게요." "글쎄요.. 지겹고, 지치고 또.. 힘겹고.. 내 인생은 뭐 늘 그래요. 재미가 없죠." "..사실은 나도 그래요. 누구나 그럴 때가 있지 않을까요?"...
2016년 7월 7일
천칭자리에 A,B가 섞힌 O형
나는 자꾸만 섞고 있나봐. 이것 저것 마구 섞지. 마치 비빔밥처럼 그렇게 재료들을 섞어대며 가장 보편타당한 맛의 조합을 찾고 있는 중이야. 너무 매워서도 안되고 또 달기만 해서도 안될 일이지. 감성적인 A형의 아버지와 이성적인 B형의 어머니...
2016년 6월 30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친구들과 함께 돌담이 길게 이어진 어떤 동산을 여유롭게 오르고 있었어요.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 어떤 대화들을 나누며 걸어가던 중, 어느순간 갑자기 땅이 흔들리며 진동하더니 이윽고 사방 곳곳에서 돌기둥이 솟아오르며 주변이 빠르게...
2016년 6월 30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로 떨어진 실낱같은 빛줄기. 고마워. 이현중.
2016년 5월 20일
스토리텔러에 대해 - 최시한
스토리텔러는 입담좋은 이야기꾼인 동시에 웅숭깊은 사색가여야한다. 감사합니다. 최시한님.
2016년 5월 2일
몇 번을 읽어도 좋은 찬사 - 알베르 까뮈
알제에서 내가 이 책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스무 살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받은 충격, 이 책이 내게, 그리고 나의 많은 친구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 오직 지드의 <지상의 양식>이 한 세대에 끼친 영향 이외에는 비견할 만한 것이 없을...
2016년 4월 24일
나만의 숙제
지금 내 머릿속은 온통 우리들의 기원에 관한 어떤 숙제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려 세상을 좋게 바꾸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생각에 빠져있다보면 주변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겐 때로...
2016년 4월 19일
없음과 없음이 만나 - 신형철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세계다. 거기에서 우리는 너의 '있음'으로 나의 '없음'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격렬해지지만, 너의 '있음'이 마침내 없어지면 나는 이제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2016년 3월 6일
플라토닉 러브 - 플라톤
"소크라테스여! 사랑의 대상인 아름다운 것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셈이지요."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입니까?" "그것은 아름다운 것에서의 생산과 출산이지요." 나는 재촉했다네. "어서 다음 이야기를 해주시지요." "물론 그래야지요....
2016년 2월 18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마치 어떤 축제를 준비하는 듯한 넓은 공간을 떠돌아다니고 있었어요. 푸른 대지 위로 펼쳐진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철골 구조물들과 크기 별로 잘 다듬어진 온갖 종류의 목재들. 어떤 예술 페스티벌이려나? 글쎄...그건 잘 모르겠어요....
2016년 2월 15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오래된 빠리의 어떤 거리를 걷고 있었어요. 이끼가 군데군데 껴있는 그곳의 낡고 예쁜 건물들. 그리 불쾌하지 않은 지린내 사이로 피어나는 향긋한 향수 내음들. 저는 그 건물들 사이로 좁다랗게 나있는 골목들을 아이처럼 신나게...
2016년 2월 15일
에피파니 - 조셉 캠벨
미학적 체험에 대한 조이스의 정의는, 그 대상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이 일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예술 작품이 우리에게, 그 작품이 그린 대상을 소유하고 싶다는 느낌을 일게 할 경우, 조이스는 그것을 예술 작품이라고 하지 않고...
2016년 2월 14일
자비와 보살 - 조셉 캠벨
오늘에야 알았네요. 자비라는 말의 어원이 바로 [더불어 슬퍼하다]의 의미를 가졌다는 것을. 그리고 보살이란 존재의 이유는 영생의 환희를 깨달았음에도 자비를 가지고, 그러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내려와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슬퍼하기 위해서라고....
2016년 2월 11일
모두가 특별한 사람 - 조셉 캠벨
모이어스 : 깨달음이 무엇입니까? 캠밸 : 깨달음이란, 만물을 통해 무한함의 눈부심을 인식하는 일이지요. 이 만물이라는 것은, 이승에서는 선한 것 또는 악한 것으로 판별될 수도 있는 것인데, 바로 그 이면을 꿰뚫어보는 것이지요. 여기에 이르면...
2016년 2월 11일
기도
제가, 감히 제가 모두가 바라는 그곳에 함께 가고자 함이 고작 나의 아이같은 의지일 뿐인 건가요? ' 그렇다면 그대여. 왜 그대는 나의 의지를 굳이 외면하려 하는 것인가요? ' 그러게요. 그대여. 그대가 진정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대 부디...
2016년 1월 1일
"곧장 앞으로 나아가도 그리 멀리 가진 못해." 영원한 이별은 불가능하다는 가설의 증명.
'곧장 앞으로 나아가도 그리 멀리 가진 못해.' 양을 묶어둘 고삐와 말뚝을 그려주겠다고하니 어린 왕자가 그것 참 웃긴 생각이라며 한참동안 키득거리더니 이윽고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전 책을 덮고서는 잠시동안 달아나는 양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어느...
2015년 10월 27일
터널
언젠가 꾸었던 꿈을 이곳에다 기록한다. 터널 소년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선 고개 돌려 작은 마을을 한 번 더 내려다 보았다. '아니야. 가야 돼. 그래. 가야 돼.' 소년은 시선을 몸의 방향으로 힘겹게 바로 돌린 뒤 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2015년 10월 23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어느 아파트 입구를 지나고 있었죠. 꽃을 파는 노인들. 꽃다발은 만육천원. 고작 몇 송이의 예쁜 꽃들. "꽃 사세요. 꽃 사세요." "너무 비싸요." "비싸지 않아요. 좋은 곳에 쓰인답니다." "그래도 칠만육천원은 너무...
2015년 2월 4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두려움에 숨어다녔죠. 사람들이 만들어낸 가짜 괴물. 제게 주어진 어떤 훈련의 과정. '구해줘.' 날아야 해 날아야 해. 뭔가 불편해. 내 뜻대로 되질 않아. 그때 생각했죠. 의지를 가져봐. 비록 꿈일지라도... 한결...
2015년 2월 1일
그래. 목적지는 이미 정해진거야.
그래. 목적지는 이미 정해진거야. 단지 아직 네가 그걸 못볼 뿐이고, 지금 잠시 다른 세계에 속해있을 뿐인거야. 그리고 넌 곧 이 세계를 관통하게 될거야.
2014년 11월 2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암흑밖에 없는 무중력의 공간을 떠 있었어요. 제 발 아래는 마치 물감처럼 파랗고 하얀 색들이 뒤섞여 움직이는 둥근 것이 보였는데, 바로 지구였죠. 원의 Y축의 양쪽 끝점들에서 서서히 녹아내리는 하얀 빙하들은 이따금 굉음을 내며...
2014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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