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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전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16년 2월 15일
  • 1분 분량

그곳에서 전

마치 어떤 축제를 준비하는 듯한 넓은 공간을 떠돌아다니고 있었어요.

푸른 대지 위로 펼쳐진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철골 구조물들과

크기 별로 잘 다듬어진 온갖 종류의 목재들.

어떤 예술 페스티벌이려나?

글쎄...그건 잘 모르겠어요.

거기에서 작년에 돌아가신 배우 형을 만났어요.

건강해보이는 그 모습에, 부둥켜 안고선 엉엉 울었어요.

"왜 이제야 나타났어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

형은 해맑게 웃으며 제 등을 쓰다듬어 주었어요.

"감독님 괜찮아요. 내가 옆에서 도와줄게."

"제발 그 감독 소리 좀 집어치워요. 형님."

저는 어떤 모험같은 리허설을 해야했어요.

자세한 것들이 모두 기억나진 않지만,

첫번째 공간은 나무로 잘 지어진 네모난 방이었어요.

근사하게 잘 꾸며진 세트장 같은 느낌.

삐-

시작을 알리는 어떤 신호음이 울리더니

바닥과 온 벽으로부터 물이 흘러 넘쳤어요.

제 몸을 삼킬만큼 수심이 깊어지자 저는 조금씩 위로 올라갔어요.

사실 처음엔 조금 두려웠지만,

한쪽 벽 위에 가로로 길게 난 창이 있어

그곳을 통해 빠져나가는 물을 타고선

팔을 옆으로 길게 펼쳐 밖으로 나갔어요.

형체는 없었지만 맑고 고운 목소리를 가졌기에,

당연히 여자일거라 느껴졌던 두 명의 천사가 양쪽에서 저를 잡고선 하늘 위로 띄워올려 주었어요.

넓고 푸른 초원 위에 잘 지어진 무대처럼, 너무나 예쁜 마을이 손님 맞이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천사들이 제게 물었어요.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와~ 너무 좋아요. 우와~ 정말 예뻐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을까요?"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요."

천사들의 따스한 행복이 마음 속에 느껴졌어요.

날아오른 채 마을을 다 구경했을 무렵

동화처럼 예쁜 연보라색의 나무집을 보며 천사들이 제게 또 물었어요.

"저긴 어떻게 만드는 게 좋겠어요?"

"왠지 저 곳은 예쁜 천을 파는 가게였음 좋겠어요."

"그렇군요. 어떤 게 있으면 좋겠어요?"

"예쁜 자수가 새겨진 하얀 손수건에서부터,

다양한 종류의 아름다운 페브릭들이 가득 있었음 좋겠어요."

"왜 그랬음 좋겠어요?"

"왜냐하면....왜냐하면...."

저는 말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왠지 마음 한쪽이 너무 아팠어요.

"울지말아요. 울지말아요."

"안 울어요. 안 울어요."

"말해봐요. 왜 그랬음 좋겠어요?"

"상처받은 아이들이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없고 엄마가 없고 친구가 없고 모두가 없고

두드려맞고 짓밟혀서 마음 속에서 나오지 못해 아직까지 울고 있는 바로 그런 여자 아이들 말이에요."

"울지말아요. 울지말아요."

"안 울어요. 안 울어요."

천사님이 제 가슴을 어루만져 주었지만,

차마 새어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해..

그렇게 전 꿈에서 깨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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