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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시인에게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16년 7월 27일
  • 1분 분량

나는 너에게 비를 내린다. 니가 내게 준 비틀어진 마음만큼이나 나는 니 자리에다 이만큼의 눈물을 적신다.

나는 이만큼이나 울고 있다. 니가 내게 건내준 지하방의 이부자리에서, 나는 이토록이나 처절하게 너를 느껴본다.

나는 참으로 고통스럽다. 너는 이 고통을 참으면서도, 너는 견디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이토록이나 포근한 너만의 잠자리를 양보했다.

나는 늘 시인이 부러웠다. 너는 이곳에서 시인이었고,

너는 여기에서 수없이 사라져간 그 많은 쉼표들을 노래했을 테고,

그런 것들을 그리워하던 나는, 그러니까 나의 쉼표들은 지금

이렇게 너를 흉내내어보면서 이만큼이나 짧게, 또 쉽게 증발해리고 만다.

나는 너의 호흡들을 결코 알 리가 없다. 나는 너의 처절했을 이 자리를 결코 알고 싶지가 않음에도, 나는 이렇듯 여기에서 따사로운 잠을 청하고 있다.

나는 시인을 흉내내어본다. 어디에서든지, 대단하게 보여지는 것들은 결국, 의외로 아무것도 아닌 가장 얕은 것일 경우들이 많았다. 이런 느낌을 굳이 은유 따위로 가리며 잘난 채 하기엔 내 인생은 그보다도 고귀하고 또 하찮았다.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니가 이토록 어둡고 쓸쓸한 이부자리에 남몰래 기록해놓았을

너만의 그 아름다운 그 처절함들을 나혼자서 이밤에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너는 결코 모를 것이다. 내가 강탈한 너만의 안락함이 얼마나 평온한 것인지를, 또 니가 나에게 넘겨버린 행복들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변질된 시인들은 도처에 넘쳐난다. 돈벌이를 탐하면서도, 스스로 그것을 고발하면서도, 그들은 돈벌이조차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래서 시인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그만큼이나 시인들은 멍청하다. 그들은 더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 마음을 알 리가 없다. 이 세상엔 그런 것들이 도무지 없다.

나는 이만큼이나 남루한 너의 자리에서도 순수하게 소박한 잠을 청하고 있다. 여기에는 빛도 없고 공기도 적고 너의 향기도 박하다. 온통 어둠 뿐이다.

그럼에도,

너의 음악들은 온통 그 어둠들을 메우며 내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다. 이토록 울부짖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잘 자라. 예술가들아. 부디 이만큼의 변질들은 꿈에서나 뱉어내자.

참아내자. 그냥살자. 살아보자. 이부자리가 참 따신 밤이다.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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