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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전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16년 6월 30일
  • 2분 분량

그곳에서 전 친구들과 함께 돌담이 길게 이어진 어떤 동산을 여유롭게 오르고 있었어요.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 어떤 대화들을 나누며 걸어가던 중, 어느순간 갑자기 땅이 흔들리며 진동하더니 이윽고 사방 곳곳에서 돌기둥이 솟아오르며 주변이 빠르게 변해가기 시작했죠.

그 모습에 친구 중 하나가 당황해서 소리쳤어요.

"세상에.. 대체 무슨 일이지?" "그러게. 예전에 내가 앙코르와트에서 보았던 모습들과 왠지 비슷한 것 같아."

나는 대답했어요. 그러나 건축 양식들은 크메르의 그것과는 뭔가 조금 달라보였죠. 잘 모르지만 왠지 마야 문명같은 모습이었달까요.

그렇게 솟아오르던 돌기둥들은 점점 어떤 계단식의 건물 모양이 되어갔고, 시간이 제법 흐르자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고대 문명 도시 같은 모양새로 아예 탈바꿈하고야 말았어요. 하지만 그것은 단지 오랜 세월이 지난 유물같은 모습이 아닌, 살아있는 그 날의 도시 모습 그대로였고 심지어 고대인들마저 그곳에서 실제로 숨쉬며 살아가고 있었죠. 우리는 그 가운데 서 있었어요.

우리는 마치 그곳에 초대받은 사람들처럼 이곳 저곳 구경다니기 시작했고, 여행지 곳곳에서 우리와 같은 느낌으로 초대받은 다른 현대인들을 제법 많이 만날 수 있었죠. 그들의 반응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였어요.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여긴 어디일까요?'라는 표정들.. 그곳에서 만난 우리들은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진기한 풍경들을 천천히 감상하며 많은 이야기들을 오랫동안 함께 나누었어요.

우리들은 마치 실제 상황처럼 황홀해했죠. 전설의 도시 아틀란티스같은 곳의 실제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진 느낌이라면 이해가 조금은 쉽지 않을까요..

어쨌든 세계사를 잘 모르는 제게 있어서 그곳의 도시 문명은 꼭 그런 느낌이었죠.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생활상은 우리에게 충격 그 자체였어요.

자본주의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유 체계 안에서, 그 모습들을 저의 생각대로 하나 하나 상세히 설명하기란 정말로 힘든 일이었죠.

그동안 제가 얕게 알고 있던 고고학적인 분석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 아마도 그런 분석들이 고대를 살다간 선조들의 감정만큼은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고대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평온해보였죠. 지금의 우리보다는 뭔가 정신적으로 더욱 발달했던 그런 느낌이랄까요. 지금처럼 물질문명을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일관성있게 발달했다면 우리 역시 꼭 저런 모습이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했어요.

그들은 모두가 철학자이자 과학자, 또 건축가이자 예술가같아 보였어요.

직업이나 역할을 떠나 그들 모두가 가진 여유로움만큼은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죠.

시장으로 보이는 거리에서는 상인들이 미소를 띄운 채 수다를 떨며 각자가 키워내거나 만들어낸 생필품을 즐겁게 거래하고 있었고, 조금 다르게 생긴 어떤 거리에서는 공예가와 과학자같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특이하게 생긴 물건들은 요리조리 만져보며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었으며, 수로가 길게 이어진 어느 큰 건물 주변의 잘 가꿔진 정원 앞에서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잘 다듬어진 돌이나 나무 조각들로, 오랜 시간 머리를 써야하는 그런 놀이들을 함께 웃으며 즐기고 있었죠. 경쟁의 모습이 아닌, 함께 고민해서 풀다보면 매번 결과가 달라지는 그런 놀이같았어요. 아이들은 때마다 다르게 나오는 결과들을 보며 그저 저마다의 생각들을 함께 이야기나누고 있었죠.

우리는 자유롭게 그곳을 여행다니며 눈사진을 찍어대고 있었지만, 그들은 우리를 전혀 개의치않는 듯 보였어요.

아무래도 그들 눈에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어요. 그 덕분에 나와 내 친구들을 비롯한 그 여행의 초대자들은 마치 어떤 환영처럼 그 세계를 자유롭게 흘러다니며 아름다운 고대 도시의 실상 하나하나를 꼼꼼히 감상하며 서로의 생각들을 눈치없이 편안하게 공유할 수가 있었죠.

만약 고대인들 중 누군가가 우연히 우리를 발견했다면 어쩌면 그들 세상 속에서 작은 돌담 구석에 우리들의 모습이 마치 세상 밖에서 찾아온 외계인쯤으로 그려졌을지도 모를 일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운이 좋게도 단지 그 세계와 마음으로만 맞닿아 그 날의 그 순간을 목격하게 된 미래의 후손 중 몇 명들일 뿐이었어요.

꿈에서 깬 저는 들뜬 마음으로 어느 잔치에 참석해 계신 아버지를 찾아가 너무 좋은 꿈을 꿨다며 이 이야기를 상세히 말씀드렸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평소에도 자주 그러시듯 제 이야기에 별로 집중하진 않으시고선 그저 웃으시더니 "그것 참 좋은 꿈이구나."라고 하시는 바람에 왠지 조금 서운해져서는

그렇게 저는 꿈에서 깨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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