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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칭자리에 A,B가 섞힌 O형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16년 6월 30일
  • 1분 분량

나는 자꾸만 섞고 있나봐. 이것 저것 마구 섞지. 마치 비빔밥처럼 그렇게 재료들을 섞어대며 가장 보편타당한 맛의 조합을 찾고 있는 중이야. 너무 매워서도 안되고 또 달기만 해서도 안될 일이지.

감성적인 A형의 아버지와 이성적인 B형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왠일인지 O형이야. 게다가 별자리마저 천칭자리이기까지 해서, 마치 양쪽 사이에 끼인 채로 뭔가를 조율하지 않으면 안되는 어떤 천칭의 지렛대와 같은 역할이 내 인생의 출발점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니 많은 경우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아. 하지만 저울질 역시 오래 하다 보면 무게의 중심이 어긋날 때가 있지. 때로는 중심이 어디인지조차 헷갈릴 때도 있고...

무엇이 옳은 걸까? 무엇이 좋은 걸까?

내 천칭의 모양새는 왠지 차원이 조금 다른 것 같아. 단 두 개의 쟁반을 가진 평면적인 모양이 아니라 쟁반이 아주 아주 많은 입체적인 느낌이랄까.. y축에 기준한 지렛대 양쪽에 셀 수 없는 쟁반들이 둥글게 z축을 향해 늘어선 채로 x축 방향으로 끊임없이 돌고 도는 느낌이야. 그 원심력 안으로 수많은 개념들이 매순간 내게로 들어오곤 하지. 그렇게 나를 향해 찾아온 개념들은 제각각의 시간만큼 각각의 쟁반들의 자리를 차지해. 그리고선 때가 되면 그들 스스로가 알아서 떠나거나, 내가 그들이 있던 곳으로 다시 돌려보내곤 해. 어찌 되었건, 질량은 보존되지. 그러다보면 이따금 서로 반대편에 있던 개념들이 이상한 형태로 재탄생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자면, 통합과 분리가 하나의 개념으로 섞혀버린 느낌도 있었어. 그렇게 새로운 개념들이 자꾸자꾸 탄생돼. 비빔밥의 맛을 제대로 설명하기란 쉽지가 않듯이, 이런 개념은 누군가에게 설명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 내 안에는 이런 식의 이상한 개념들이 제법 많아.

어쨌든 나는 이런 식으로 계속 섞으며 새로운 개념들을 자꾸만 만들어가는 중이야.

가급적 좋은 것들을 만들기 위해서, 나는 돌고 돌며 지금도 많은 것들을 섞고 있어.

내 인생 꼭 그런 느낌이거든.

감사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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