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인의 삶이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YoungKon Joo
- 2016년 7월 25일
- 1분 분량
내가 읽고 있는 시인은 산 속에 조용한 집을 한 채 갖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맑은 대기 중에 울리는 종소리와 같다. 그는 자기 방의 창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다정하고 쓸쓸한 하늘을 조심스레 담아내는 책장 유리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행복한 시인이다. 나는 바로 이런 시인이 되고 싶다. 어쩌면 그의 마호가니 책상의 서랍 속에는 지난날 처녀들의 누렇게 바랜 편지들과 뜯겨진 일기 몇 장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 가만히 앉아서 오후의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고 또 과거의 처녀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게다가 시인이라면 그 얼마나 행복한 인간의 운명인가. (.....)
내겐 방 하나만 있으면 된다(밝은 다락방이면 좋겠다). 나는 나의 오래된 물건들과 가족사진들 그리고 책들과 함께 그 속에서 살고 싶다. 그리고 팔걸이의자 하나와 화초들과 개들, 돌길을 위한 튼튼한 지팡이가 하나 있으면 될 것이다. 그밖에 무엇이 더 필요하리. 다만 옛날식 꽃문양을 넣은, 노랗고 상아빛이 감도는 가죽으로 제본한 책 한 권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 여백에다 나는 글을 써넣으리라. 나는 많은 것을 쓰고 싶다. 내겐 생각과 추억이 넘치도록 많으니까.
[환상동화]의 옮긴이의 말에 담긴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 중에서
감사합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님.
김재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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