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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주영곤
그곳에서 전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눈을 뜬 순간 마음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사진을 기록하려 애쓰지말고 기억을 간직하려 노력하렴.'
2016년 10월 8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어떤 거대하고 무거운 잔해 아래에 파묻힌 채 마지막 숨을 힘겹게 내쉬고 있었죠. 마치 어떤 강을 잇는 다리 따위의 철골 구조물 아래에 깔린 느낌이었고, 저는 마치 죽다만 좀비처럼 아랫턱과 갈비뼈가 흉측하게 다 으스러진채 차가운...
2016년 8월 2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친구들과 함께 돌담이 길게 이어진 어떤 동산을 여유롭게 오르고 있었어요.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 어떤 대화들을 나누며 걸어가던 중, 어느순간 갑자기 땅이 흔들리며 진동하더니 이윽고 사방 곳곳에서 돌기둥이 솟아오르며 주변이 빠르게...
2016년 6월 30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마치 어떤 축제를 준비하는 듯한 넓은 공간을 떠돌아다니고 있었어요. 푸른 대지 위로 펼쳐진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철골 구조물들과 크기 별로 잘 다듬어진 온갖 종류의 목재들. 어떤 예술 페스티벌이려나? 글쎄...그건 잘 모르겠어요....
2016년 2월 15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오래된 빠리의 어떤 거리를 걷고 있었어요. 이끼가 군데군데 껴있는 그곳의 낡고 예쁜 건물들. 그리 불쾌하지 않은 지린내 사이로 피어나는 향긋한 향수 내음들. 저는 그 건물들 사이로 좁다랗게 나있는 골목들을 아이처럼 신나게...
2016년 2월 15일
터널
언젠가 꾸었던 꿈을 이곳에다 기록한다. 터널 소년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선 고개 돌려 작은 마을을 한 번 더 내려다 보았다. '아니야. 가야 돼. 그래. 가야 돼.' 소년은 시선을 몸의 방향으로 힘겹게 바로 돌린 뒤 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2015년 10월 23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어느 아파트 입구를 지나고 있었죠. 꽃을 파는 노인들. 꽃다발은 만육천원. 고작 몇 송이의 예쁜 꽃들. "꽃 사세요. 꽃 사세요." "너무 비싸요." "비싸지 않아요. 좋은 곳에 쓰인답니다." "그래도 칠만육천원은 너무...
2015년 2월 4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두려움에 숨어다녔죠. 사람들이 만들어낸 가짜 괴물. 제게 주어진 어떤 훈련의 과정. '구해줘.' 날아야 해 날아야 해. 뭔가 불편해. 내 뜻대로 되질 않아. 그때 생각했죠. 의지를 가져봐. 비록 꿈일지라도... 한결...
2015년 2월 1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암흑밖에 없는 무중력의 공간을 떠 있었어요. 제 발 아래는 마치 물감처럼 파랗고 하얀 색들이 뒤섞여 움직이는 둥근 것이 보였는데, 바로 지구였죠. 원의 Y축의 양쪽 끝점들에서 서서히 녹아내리는 하얀 빙하들은 이따금 굉음을 내며...
2014년 9월 22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도심에 홀로 서 있었어요. 지평선 너머 아득히 먼 곳으로 작은 별 하나가 떨어지는 게 보였죠. 하얀 점 정도로 보였기에 저는 그것이 작은 별이거나 만약 그렇지 않은 큰 별이라면 아주 먼 곳에서 떨어지고 있는 것일거라 추측했어요....
2014년 7월 4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어떤 무협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었어요. 우연히 제 손에 들어오게된 폭 1미터 가량의 붉은 색의 낡은 두루마리 양피지. 그것을 바닥에다 넓고 길게 펼쳐보자, 어떤 무술의 구분 동작같은 것이 금으로 그려져 있었어요. 마치 클림트의...
2014년 5월 14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99,000원의 검은 색 레자가 씌워진 1인용 쇼파를 구매하고선 그것이 대단히 멋지거나 필요한 물건은 아니었음에도 제 코란도 뒷칸에 항상 실어두고 다니길 좋아했어요. 어느 늦은 밤, 공원에 차를 세워두고 쇼파를 꺼내 그 위에...
2013년 11월 21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할머니와 함께 경상도의 외진 산자락에 위치한 시골집을 방문하게 되었어요. 그 집에 살고 있는 주인 노파를 만나기 위해서였죠. 노파의 집 바로 옆에 큰 건물 하나가 들어서는데, 그 소음을 견디다 못한 주인 노파의 항의 전화가...
2013년 1월 13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갈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가난한 마을을 떠돌고 있었어요. 왠지 즐거운 기분은 아니었죠. 그것은 자유로운 여행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알 수 없는 목적이 자꾸만 저를 이끄는 그런 다소 무거운 마음의 방랑같았어요. 누군지 모를...
2012년 12월 17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외진 산중에 크게 터를 잡은 명상원에 머무는 명망이 높은 수행자였어요. 그곳엔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수십, 많게는 수백명도 더 될만큼 많았고 각자 자리를 잡아 가부좌를 틀거나 서있거나 어떤 이는 누워서 잠을 자듯 명상하기도...
2010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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