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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주영곤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어느 여인로부터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습니다. 역시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여인이었죠. 반곱슬머리가 길게 내려온 그녀의 제법 넓은 주방에서는 다른 여인도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짧은 생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깡마른 체형의...
2016년 11월 7일
그곳에서 전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눈을 뜬 순간 마음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사진을 기록하려 애쓰지말고 기억을 간직하려 노력하렴.'
2016년 10월 8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어떤 거대하고 무거운 잔해 아래에 파묻힌 채 마지막 숨을 힘겹게 내쉬고 있었죠. 마치 어떤 강을 잇는 다리 따위의 철골 구조물 아래에 깔린 느낌이었고, 저는 마치 죽다만 좀비처럼 아랫턱과 갈비뼈가 흉측하게 다 으스러진채 차가운...
2016년 8월 2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친구들과 함께 돌담이 길게 이어진 어떤 동산을 여유롭게 오르고 있었어요.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 어떤 대화들을 나누며 걸어가던 중, 어느순간 갑자기 땅이 흔들리며 진동하더니 이윽고 사방 곳곳에서 돌기둥이 솟아오르며 주변이 빠르게...
2016년 6월 30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마치 어떤 축제를 준비하는 듯한 넓은 공간을 떠돌아다니고 있었어요. 푸른 대지 위로 펼쳐진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철골 구조물들과 크기 별로 잘 다듬어진 온갖 종류의 목재들. 어떤 예술 페스티벌이려나? 글쎄...그건 잘 모르겠어요....
2016년 2월 15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오래된 빠리의 어떤 거리를 걷고 있었어요. 이끼가 군데군데 껴있는 그곳의 낡고 예쁜 건물들. 그리 불쾌하지 않은 지린내 사이로 피어나는 향긋한 향수 내음들. 저는 그 건물들 사이로 좁다랗게 나있는 골목들을 아이처럼 신나게...
2016년 2월 15일
터널
언젠가 꾸었던 꿈을 이곳에다 기록한다. 터널 소년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선 고개 돌려 작은 마을을 한 번 더 내려다 보았다. '아니야. 가야 돼. 그래. 가야 돼.' 소년은 시선을 몸의 방향으로 힘겹게 바로 돌린 뒤 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2015년 10월 23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어느 아파트 입구를 지나고 있었죠. 꽃을 파는 노인들. 꽃다발은 만육천원. 고작 몇 송이의 예쁜 꽃들. "꽃 사세요. 꽃 사세요." "너무 비싸요." "비싸지 않아요. 좋은 곳에 쓰인답니다." "그래도 칠만육천원은 너무...
2015년 2월 4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두려움에 숨어다녔죠. 사람들이 만들어낸 가짜 괴물. 제게 주어진 어떤 훈련의 과정. '구해줘.' 날아야 해 날아야 해. 뭔가 불편해. 내 뜻대로 되질 않아. 그때 생각했죠. 의지를 가져봐. 비록 꿈일지라도... 한결...
2015년 2월 1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암흑밖에 없는 무중력의 공간을 떠 있었어요. 제 발 아래는 마치 물감처럼 파랗고 하얀 색들이 뒤섞여 움직이는 둥근 것이 보였는데, 바로 지구였죠. 원의 Y축의 양쪽 끝점들에서 서서히 녹아내리는 하얀 빙하들은 이따금 굉음을 내며...
2014년 9월 22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도심에 홀로 서 있었어요. 지평선 너머 아득히 먼 곳으로 작은 별 하나가 떨어지는 게 보였죠. 하얀 점 정도로 보였기에 저는 그것이 작은 별이거나 만약 그렇지 않은 큰 별이라면 아주 먼 곳에서 떨어지고 있는 것일거라 추측했어요....
2014년 7월 4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어떤 무협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었어요. 우연히 제 손에 들어오게된 폭 1미터 가량의 붉은 색의 낡은 두루마리 양피지. 그것을 바닥에다 넓고 길게 펼쳐보자, 어떤 무술의 구분 동작같은 것이 금으로 그려져 있었어요. 마치 클림트의...
2014년 5월 14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99,000원의 검은 색 레자가 씌워진 1인용 쇼파를 구매하고선 그것이 대단히 멋지거나 필요한 물건은 아니었음에도 제 코란도 뒷칸에 항상 실어두고 다니길 좋아했어요. 어느 늦은 밤, 공원에 차를 세워두고 쇼파를 꺼내 그 위에...
2013년 11월 21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할머니와 함께 경상도의 외진 산자락에 위치한 시골집을 방문하게 되었어요. 그 집에 살고 있는 주인 노파를 만나기 위해서였죠. 노파의 집 바로 옆에 큰 건물 하나가 들어서는데, 그 소음을 견디다 못한 주인 노파의 항의 전화가...
2013년 1월 13일
그곳에서 전
그곳에서 전, 갈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가난한 마을을 떠돌고 있었어요. 왠지 즐거운 기분은 아니었죠. 그것은 자유로운 여행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알 수 없는 목적이 자꾸만 저를 이끄는 그런 다소 무거운 마음의 방랑같았어요. 누군지 모를...
2012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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