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전
- YoungKon Joo
- 2014년 9월 22일
- 1분 분량
그곳에서 전 암흑밖에 없는 무중력의 공간을 떠 있었어요.
제 발 아래는 마치 물감처럼 파랗고 하얀 색들이 뒤섞여 움직이는 둥근 것이 보였는데, 바로 지구였죠. 원의 Y축의 양쪽 끝점들에서 서서히 녹아내리는 하얀 빙하들은 이따금 굉음을 내며 바다로 흘러가고 있었고, X축을 두른 초록의 덩어리들은 폭음과 검은 연기를 뿜어대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어요. 적도 부근의 대륙이었죠. 그 중엔 아이들의 비명도 섞여 있었어요. 그 반대편의 사람들은 술과 섹스와 마약과 티비와 게임에 취해 정신을 죽여가고 있었어요. 슬픔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어지자 전 고갤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어요. 하늘은 없었죠. 온통 암흑전치였어요.
그때쯤 제 눈 앞엔 하얀 빛줄기가 가로로 얇고 진하게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어요.
저는 그것이 아주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해 빛줄기를 향해 손을 내밀어보았죠. 그 순간,
무엇인가 아주 이상하고 낯선, 익숙했던 모든 인지력이 일순간에 깨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것은 너무나 멀리에 있어서, 그래서 오히려 더 가까이에 있어 보이는 느낌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어요?
그곳은 대기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가시거리 역시 불필요한 개념의 공간. 거리가 아닌 거리.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그것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의 크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내 깨닫게 되었죠.
그것은 끊임없이 회전하고 있는 무한에 가까운 크기의 별이었죠.
마치 일식 때 태양이 그림자에 가려 암흑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럼에도 그 빛이 너무나 강렬해 둥근 암흑 옆으로 빛이 새어나오는 것처럼...
하물며 이 별이 태양보다도 훨씬 더 큰 어떤 항성이라면...
가늠할 수 없을만큼 태양보다 멀리 있음에도, 가로로 끝없이 펼쳐지는 빛의 직선이 고작 한없이 큰 원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라면...
과연 하찮은 제 두뇌 수준으로 그 빛, 그 근원의 크기를 과연 상상이나 해볼 수 있었을까요?
상상할 수 없는 빛의 크기... 하물며, 우리의 존재는 얼마나 하찮았던가요?
아........
아................
그렇게 전 눈을 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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