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전
- YoungKon Joo
- 2012년 12월 17일
- 2분 분량
그곳에서 전,
갈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가난한 마을을 떠돌고 있었어요.
왠지 즐거운 기분은 아니었죠.
그것은 자유로운 여행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알 수 없는 목적이 자꾸만 저를 이끄는 그런 다소 무거운 마음의 방랑같았어요.
누군지 모를 누군가를 저는 반드시 찾아야만 했죠.
수없이 많은 곳을 다녀보았지만, 하나 하나의 사건들은 기억나지도 않을만큼 사소하고 가벼운 것들 뿐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갈색 피부를 가진 허름한 젊은 남자를 만났죠.
그가 자꾸만 속이려 들고 시비를 거는 바람에 저는 화가 단단히 났지만 꾹꾹 참았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에 결국 참았던 분노가 터지는 바람에 전 그와 심한 몸다툼을 벌이고야 말았죠.
그때쯤 오랜 기억처럼 차가운 겨울 바다가 잠깐씩 보였어요.
부드러운 백사장이 아닌, 날카롭게 부서진 갯바위들로 해안을 이룬 낯선 바다.
바닷물은 검고 어두운 청록색이어서 제가 아는 어떤 바다보다도 차가워보였죠.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으로부터 시선을 옆으로 돌렸을 땐, 해안으로 떠내려온 하얀 호랑이의 시체도 보였어요.
전 갈색 피부를 가진 그 남자의 집을 뒤따라갔어요.
그의 집에는 꽤 많은, 마치 수십년전 우리나라의 시골마을에서처럼 대가족이 함께 모여 살고 있었죠.
하지만 그 많은 식구들이 함께 모여 살기엔 집은 턱없이 작아보였어요.
그는 그 집의 가장이었죠.
저를 그토록 괴롭혔던 그가 저를 발견하고선 입을 열었어요.
"내 이름은 일리예요. 난 식당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돈이 없답니다.
작은 식당을 마련해 돈을 벌어 가족들을 위해 사는 게 제 꿈이예요."
전 그제서야 여행의 목적을 알게 되었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야만 했죠.
그가 다시 한번 제게 말했어요.
"내 이름은 일리예요."
제 눈 앞에 다시 바다가 열렸어요.
날카로운 갯바위 조각의 해안을 밟으며,
작고 하얀 발들이 어둡고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어요.
어린 아이들이었어요.
대여섯살 남짓해보이는 피부가 까만 아이들 몇 명이 낡은 내복을 입은 채 바다로 들어가고 있었어요.
누가 봐도 고아나 거지 정도로 보이는, 소일거리로 하루하루를 근근히 연명해갈만한 그런 가난한 아이들의 모습이었죠.
아이들은 맨 손으로 새우를 잡고 있었어요.
닭새우처럼 온통 가시로 덮힌 10cm도 넘는 큰 새우였죠.
만지기만 해도 온 손바닥을 찔러대며 금새 상처낼 것 같은 그런 가시투성이의 새우...
아이들의 표정이 선명하게 보였어요.
걱정스런 제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의 미소는 너무나 행복해보였어요.
그들은 마치 놀이라도 하듯 새우를 한마리씩 건져올리며 해안으로 던지고 있었어요.
그 중 어떤 사내아이가 갓 잡은 새우를 보며 행복하게 미소지으며 말했어요.
"벌써 세마리째네. 많이많이 잡아서 일리한테 그릇을 사줘야지."
아이는 일리를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도 기뻐했어요.
그 하얀 고사리 손에 쥐어진 가시 박힌 새우를 보며,
그 예쁜 마음에 눈물이 나는 바람에,
그렇게 전 꿈에서 깨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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