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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아픈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20년 11월 4일
  • 1분 분량

웨일즈의 여신과 유화가 낳은 아이 둘 다 커서 세상을 이끄는 큰 인물이 된다.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유화의 아들 주몽은 동명성왕이 되었지만 대체 탈리에신은 누군가. 그는 전설적인 음유시인이 된다. (중략)


음유시인들의 역할은 단순히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신을 부르고 이 세상과 다른 세상을 서로 연결하는 주술적 역할을 했던 거였다. (중략) 음악 역시 종교 의식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높은 경외감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중략)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예를 들어 고려시대에 "국왕은 수시로 병자를 모아 놓고 약품을 나누어 주며 이를 위로하는 일이 많았고, 국가에 공이 있는 자나 전공이 있는 자에게 상품으로 약을 하사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고 한다. (중략)


'반지의 제왕' 책의 거의 끝부분에 가면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아라곤이 드디어 곤도르를 악의 힘에서 구하고 왕으로 추대받기 전, 그는 아내가 될 아르웬에게 이렇게 묻는다. 왕이 되려면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하나? 그러자 아르웬이 대답한다. 왕은 아픈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뜻밖의 대답이다. 통솔력이 있어야 한다거나 백성에게 어진 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아픈 사람을 고쳐주어야 한다는 거다. 전쟁을 통해 권력을 장악했다 하더라도 왕이 되려면 그 자격을 인정받는 절차가 필요했다. 멀고도 험한 길을 다 걸어 온 뒤에 이제는 병자까지 치료해야 했던 거였다. 기독교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왕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중략)


이런 아라곤의 모습에서 우리는 탈리에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 아라곤은 약초에도 통달한 사람이었지만 마지막에 늙은 여인의 병을 치료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노래였다. 그는 병든 여인의 손을 잡고 낮은 소리로 노래를 불러주어 낫게 했다. 탈리에신은 노래로 치유하는 시인이었고, 아라곤이었고 왕이었다.

버드나무도 노래를 한다. 봄에 아이들이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면 유화부인의 고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니면 어머니의 목소리일까?


-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 : 고정희 지음 (나무도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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