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인 소리들
- YoungKon Joo

- 2023년 1월 12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2월 19일
기타 바디에서 울리는 배음, 일종의 하울링 소리에 매료되었다.
나는 왜 이 소리가 따뜻하게 여겨진 걸까?
어린 날 10년 가까이 혼자 그림을 그려오다 이윽고
미술학원 장학생으로 선발된 적이 있었다.
참 많이 혼났던 기억이 난다.
눈에 보이는대로 그리려 애썼기 때문이었는데
당시의 입시 미술은 시험 시간이 정해져있었으므로,
그렇게 그려서는 완성될 리가 만무했기에
선생님들은 보통 우리가 합격 방식을 외워서 그리기를 선호했었다.
그들 역시 학생들의 합격률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했을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이상 원망 같은 것은 없다.
단지 그래서 그랬던 것이었다.
나는 사실을, 무엇이든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애써왔던 것 같다.
어차피 예술가든 철학자든 진리에의 탐구욕은 어찌할 수가 없을 노릇이므로,
나는 있는 사실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관찰하고 표현하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음악 역시 내 귀에 들리는 소리들이, 그것이 듣기에 거북한 소음이 아니라면
최대한 그 소리들을 사랑하고 담아내려 애쓰는 것이
앞으로의 내 음악 활동에서도 중요한 하나의 방향이 될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피아노의 페달을 밟는 삐걱이는 소리, 기타줄이 끽-하며 손톱 끝을 스치며 지나가는 소리 등등등.
그런 소리들을 더 사랑하려 애써야겠다.
왜냐하면 그런 소리들은 실제 소리니까, 살아있는 소리니까,
혹여 그조차 그 순간에 탄생한 어떤 생명이라고 가정한다면,
그것이 우주 전체와도 연결된 또 하나의 작은 진동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굳이 잔혹하게 그 소리들을 일일이 깎아내어 죽일 필요가 뭐가 있는가?
레코딩이 실제의 소리보다 선명하고 깨끗해야한다는 것이 반드시 불문율이어야만 하는가?
하물며 그 일은 또한 얼마나 번거롭고 창작자들을 예민하게 만들어 왔는가?
기술이 지나치게 많이 발전했음을 문득문득 체감한다.
또한 사실로 구분할 수 있는 것들이 잘 없는 시대다. 온라인에서는 더 그렇다.
따스함, 진짜, 사람, 냄새, 그러니까 자연 하나하나의 소리들,
기계적인 소리들이 아니라면 그 하나하나의 소리들을 사랑하련다.
아니, 기계조차 자연의 일부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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