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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같았던 소녀

  • 5월 10일
  • 2분 분량

오늘 저녁에 전철을 타고 집에 오는데,

내 옆에 남은 한 자리로, 후다닥

10대로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는

불안한 자세로 미친듯이 핸드폰만 만져대기 시작했다.

흘끔 훑어보니, 무슨 '자연/동물'이런 제목의 오픈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보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쉰내가 진동했다. 불쾌했다.

그래서 다시 흘끔 훔쳐보니, 세상에

머리를 얼마나 오래 안 감았는지...

딱 봐도 중딩이나 고딩이 같던데....

키도 크고... 얼굴도 작고... 코도 오똑하네? 근데 왜?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척, 자연스레

한 정거장 미리 일어서서 내렸다.




그 소녀를 다시 본 건,

1주일 쯤 뒤 비슷한 시간, 같은 버스 안에서였다.


'아, 이 근처에서 학원 다니나 보다. 요일과 시간이 같은 걸 보면...'


근데 왜 그랬을까...

난 마치 사립탐정이라도 된 것처럼 누구라도 눈치채지 못할만큼

민첩한 동작으로 아주아주 자연스럽게 소녀가 벨을 누르는 걸 보자마자 몰래 핸드폰을 보는 척 하며

버스 뒷문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 그 앞에 섰다. 뚝- 교통카드 하차도 자연스레 찍으면서.


소녀가 내렸다. 나는 따라갔다.

독립문의 맞은 편 상가 길을 지나 한참을 걸어 재개발을 앞둔 마을에 다다르자, 아, 이런데 사는 아이였구나, 그럴 수도 있었겠다.. 하는 순간, 소녀가 사라졌다. 정말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너무나 당황한 나는, 정체고 나발이고 할 것도 없이 스마트폰 플래쉬를 켜고선 사람이 떠난 빈 집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액자, 숟가락, 접시, 카세트, 가구, 옷가지들 등등등... 사람이 살다가 버리고 간 그 흔적들 하나하나를 살피며 어느 순간, 내가 뭘 찾고 있었지? 라는 생각을 한 순간, 내 바로 밑에서 누가 날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왜 따라 오는데?"


나는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

마치 자신의 보금자리를 사냥꾼에게 걸린 짐승처럼 사납고도 두려운 눈빛으로, 부엌 싱크대 밑에 숨어 엎드린 채로 소녀가 날 쏘아보고 있다.


"여기 사람이야?"


"아니... 난 그냥..."


"꺼져. 너 같은 인간 하나쯤 지금 당장에 사라져도 눈 하나 깜빡 안 할 동네야. 무슨 말인지 알아?"


난 전자담배를 커내 물었다.

긴장감이 다소 가라앉자 나는 말했다.


"아니, 딱 봐도 10대인 여자애가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것도 가만 보면 참 예쁘고 말짱하게 생긴 애가

저렇게 씻지도 않고서 쉰 내 풀풀 풍기면서 서울 한복판을 나돌아다닌다? 버젓이 버스까지 타고 다니면서?"


"..."


"너라면 안 궁금해? 정상인이라면?"


"..."


"도와줘야 할 거 아냐. 안 그래?"


소녀가 자릴 피해 걸어가기 시작하자 나는 그녀를 따라갔다.

아마도 몇몇 사람들의 이유로 아직 재개발이 확정은 안 난 모양새의 마을이었다. 마을 뒤쪽으로는 가로등 불빛들이 아직도 반짝이는 걸 보면. 도심에서 출발해 재개발을 앞둔 마을을 지나가니 흔히 예전에 달동네로 불렸을 법한 판잣집 마을들이 주욱 이어졌고, 그 뒤로는 으슥한 산길로 이어져있었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판잣집 마을에서 어떤 길냥이들은 처음 나에게 다가와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의 이마와 꼬리를 내 다리에 부비기도 했다.


"너네도 이제 너네 살 길 찾아야지..."


나의 그 말에 소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뒤로 돌아 나를 흘끔 노려본다. 아니, 정확히는 나라기보다 내 가슴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다.


'돈이 필요한가?'


나는 괜찮다는 듯, 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가진 현금을 모두 소녀에게 주려고....

했...

는........

데......... 하...... 뭐지?


뭐가 지나간 거지?

방금 소녀의 손이 스쳐지나기만 한 것 같은데 내 왼쪽 갈비뼈가 다 부셔져 버렸다. 난 쓰러진 채 그녀를 올려다 보고 있다.

소녀가 달라진 눈빛으로 내게 다가온다.

뭐지? 사람이 아닌가? 이빨이 왜 저렇지?


오랜만이야. 착한 심장..


아악!!!!!


난 이렇게 생을 마감하는 중이다.


하아..........


암전.


제목 : 매구



기록에서 시작해 소설이나 영화로 넘어가보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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