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로 추정되는 너무나 예쁜 10대 소녀를 버스에서 보았다.
최종 수정일: 6월 25일
오늘 저녁에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내 옆에 남은 한 자리로, 후다닥
10대로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는
불안한 자세로 미친듯이 핸드폰만 만져대기 시작했다.
흘끔 훑어보니, 무슨 '자연/동물'이런 제목의 오픈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보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쉰내가 진동했다. 불쾌했다.
그래서 다시 흘끔 훔쳐보니, 세상에
머리를 얼마나 오래 안 감았는지...
딱 봐도 중딩이나 고딩이 같던데....
키도 크고... 얼굴도 작고... 코도 오똑하네? 근데 왜?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척, 자연스레
버스 노선을 확인하는 척 하며
한 정거장 먼저 일어섰다가 다음 정거장에 내렸다.
다시 본 건,
1주일 쯤 뒤 비슷한 시간, 같은 버스 안...
'아, 이 근처에서 학원 다니나 보다. 요일이랑 시간이 같네...'
왜 그랬을까...
난 마치 사립탐정이라도 된 것마냥, 누구라도 눈치채지 못할만큼
민첩한 동작으로 아주아주 자연스럽게 소녀가 벨을 누르는 걸 보자마자 몰래 핸드폰을 보는 척 하며
버스 뒷문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 그 뒤에 섰다. 소녀의 머리카락이 전보다 더 떡져 있었다. 아마도 지난주 상태부터 지금껏 안 감은 듯한... 하물며 그 냄새란...
소녀가 내렸다. 나는 따라갔다.
독립문의 맞은 편 상가 길을 지나 한참을 걸어 재개발을 앞둔 마을에 다다르자, 아, 이런데 사는 아이였구나, 그럴 수도 있겠다. 암만 그래도... 하는 순간, 소녀가 사라졌다? 정말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너무나 당황한 나는, 정체고 나발이고 할 것도 없이 스마트폰 플래쉬를 켜고선 사람이 떠난 빈 집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액자, 숟가락, 접시, 카세트, 비디오, 의자, 선풍기, 박카스, 허브큐 빈통 등등등... 사람이 살다 버리고 간 그 흔적들 하나하나를 살피며 어느 순간, 내가 뭘 찾고 있었지? 라고 생각한 순간, 바로 내 발 밑에서 누군가 날 올려다보며 속삭였다.
"왜 따라 오는데?"
나는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
마치 자신의 보금자리를 사냥꾼에게 걸린 짐승처럼 사납고도 두려운 눈빛으로, 부엌 싱크대 밑에 숨어 엎드린 채로 소녀가 날 쏘아보고 있다.
"여기 사람이야?"
"아니...?"
"꺼져. 너 같은 인간 하나쯤 지금 당장에 사라져도 눈 하나 깜빡 안 할 동네야.'
난 몹시 당황했다. 겉모습이 지져분하긴 해도,
어쨌든 꽤나 예쁜 10대 여자 아이 입에서 나올만한 말투는 결코 아니었으므로...
"나 구독자 300만 여행 유튜버 가고파야. 28살이고, 그래서 너처럼 쬐끄만게 함부로 반말할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난 전자담배를 꺼내 물었다.
"꺼지라고." 소녀가 말했다.
어이가 없어서, 난 금세 자릴 떠나려다 괜히 불필요한 오해를 샀을까 싶어, 그냥 속내라도 말하고 가자 싶어,
"야!"라고 소녀를 불렀다.
"..." 흠칫 놀라는 눈치였다.
"딱 봐도 10대인 여자애가 요즘 같은 세상에, 그것도 가만 보면 말짱하게 참 예쁘게 생긴 애가,
이렇게 며칠을 안 씻은 건지 쉰 내 풀풀 풍기면서 서울 한복판을 저 혼자 싸돌아다닌다? 버젓이 버스까지 타고 다니면서?"
"..."
"너라면 안 궁금해?"
"..."
"도와줘야 할 거 아냐."
놀란 표정의 소녀가 자릴 피해 잔해로 가득한 건물 밖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하자, 나는 괜스레 우쭐해진 자존심에 그녀를 조금 더 따라가 보기로 결정하고선 한 발을 더 내딛었다.
아마도 몇몇 사람들의 이유로 재개발이 확정 나지 않은 모양새의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 뒤쪽으로는 가로등 불빛 몇 개가 아직도 반짝이는 걸 보니 철거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조금 더 들어가니, 흔히 예전에 달동네로 불렸을 법한 판잣집 마을들이 주욱 이어졌고, 그 뒤로는 으슥한 산길이 이어져 있었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판잣집 마을을 지나는 동안, 어떤 길냥이들은 나에게 다가와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의 이마와 꼬리를 내 다리에 부비기도 했다. 나는 주머니에 있던 츄릅 3개 중 하나를 뜯어서는 무릎 굽혀 앉고서는 냥이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으이그.. 너네도 이제 너네 살 길 찾아가야지...쯔쯔쯔."
그 말에 소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뒤로 돌아 흘끔 ㅡ ㅡ* 나를 노려본다. 아니, 정확히는 나라기보다도 내 가슴 쪽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다. 왜?
'돈 필요한가?"
나는 괜히 괜찮다는 듯, 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가진 현금을 모두 소녀에게 주려고....
했...
는........
데......... 하...... 뭐지?
뭐가.... 지나간... 거지?
방금 소녀의 손이 스쳐지나기만 한 것 같은데...
내 왼쪽 갈비뼈가 다 으스러져 버렸다. 아... 뭐지?
쓰러진 채 그녀를 올려다 보고 있다. 소녀가 다가온다. 내려다본다. 뭐지?
왜 다르지? 눈 모양이?
뭐지?
이빨
.
.
왜
.
.
.
.
.
저
래......
"오랜만이야.
'사람 아닌가?'
착한 심장.."
하아........ 소녀가,
내 심장을...
먹...
는........
다.
제목 : 매구
기록에서 시작해 이야기로 넘어가보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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