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 YoungKon Joo

- 2022년 11월 16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월 19일
수정을 하다가
문서를 쓰다가
기획을 했다가
수정을 하다가
연출을 했다가
촬영을 했다가
편집을 했다가
수정을 하다가
대본을 쓰다가
수정을 하다가
사진을 찍다가
보정을 했다가
수정을 하다가
기타를 쳤다가
수정을 했다가
기타를 쳤다가
노래를 했다가
노래를 했다가
가사를 쓰다가
수정을 하다가
디자인 하다가
했던 일들에 다 수정 요청이 와서
하마터면 또 정신병이 올 뻔 했지 뭐야.
엊그제는 술에 잔뜩 취해서
이토록 사랑하는 동네 골목에서
고래고래 그렇게나 소리를 질렀더라고.
왜 나한테 그러냐고,
나도 사람이라고...
서울역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하루 종일 혼잣말을 했던 순간이 있었어.
정신 바짝 차려야 돼!
세상 모든 게 다 헛것처럼 보였던 그 날,
아.. 이게 공황장애란 건가?
그동안의 내가 마치 없던 사람처럼 느껴진 순간,
아... 이런 게 우울증이란 거야?
내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던 그 때,
나 정말 그 상태가 너무나, 정말 너무너무나 무서워서
온몸이 막 부들부들 떨리고 눈물만 주르르륵
그 와중에도 나 계속 혼잣말만 하고 있더라고.
중얼중얼중얼중얼...
욕심내지 말자 욕심내지 말자
맞아. 다 내 욕심이었어.
그래. 모든 게 내 욕심이었던 거야.
아니야. 아냐아냐
세상이 그런 인간을 원했었잖아.
멀티 플레이어, 뭐든지
넵! 감사합니다! 하며 늘 웃으며 잘 수행하는
인간상, 사이보그 같은, 그럼에도 항상
가장 인간적인 미소로 입꼬리만큼은 늘 올라가 있어야만 했던,
우리만의 발전사, 아이고야...
정신 차려!
정신 차려야만 해!
응. 맞아.
다 내 욕심이었던 게 맞아.
착한 척 하려는 인정이 아니라 그게 사실이었던 거야.
리얼 트루.
전설의 레전드.
그래.
올해만큼은 뭐든지 다 해보자,
주어지는 일이면 뭐든지 최선을 다 해보자.
다 내가 열심히 잘 하니까 맡겨주는 거잖아.
안 그래?
그래. 그랬지. 맞어.
모처럼 다 잘 해보려 애쓰며 살아온
2022년,
그래.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그렇게
나의 임계점을 깨닫는 중이야.
정신 바짝 차리고선
내 중심부터 다시 잡자. 그러고선
내가 누구인지부터 다시 쓰는 거야. 어때?
그래서 이 상태를 기록하는 중인가 봐.
정신 바짝 차리려고.
아, 이 와중에 예술가를 선택한 건 또 얼마나 다행이야,
이 따위 가난, 말이라도 실컷 해볼 수는 있잖아.
마음이라도 한껏 내뱉어볼 수는 있잖아.
열심히열심히 일하며 매일 정신병약 복용하며 사느니,
제약회사 대표님 이름이 뭐였더라?
어느 나라 분이셨지?
그 분은 아실까?
정작 본인의 아들 딸들이 그 약으로 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는 걸?
하느님은 아실까? 부처님은?
이불 빨래를 해야겠어.
그러면서 난 또 다른 가사를 그려봐야지.
걱정끼칠 거야.
전화 안 받을 거야.
집에 없어요. 집에 오지도 말아요.
그래도 어른이니 일 전화는 곧잘 받아요.
그러니 부디 안부 따위 궁금해 마시고
제발 일 전화만 해주세요.
아차, 고장 난 문을 고쳐야겠어.
저, 일은 정말 잘 하거든요! 정말정말 잘 해요.
기타랑 노래 빼고는 저 정말 다 잘 하는 것 같아요!
전단지도 잘 돌리고 주유기도 잘 다뤄요.
신문도 잘 돌리고 맥주는 스무 병씩 한 쟁반에다 한 손으로 들 수도 있어요.
병뚜껑은 구두 뒷굼치로도 딸 줄 알고요, 저 템버린도 어엄청 잘 쳐요.
전화로 쌍욕 먹어도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진심인 척도 곧잘 하고요,
저 슬퍼도 잘 웃고, 저 힘들어도 내색 한 개도 안 할 수 있어요!
그래서요 엄마.
나 이제 가수 좀 하면 안돼요?
이거 내 꿈이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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