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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뭉술 거대 생명체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20년 3월 1일
  • 1분 분량

두루뭉술하면서도 거대한 생명체가 하나 있었고, 그 몸 속에서는 아주 작고 귀여운 생명체들이 하하호호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작은 생명체들은 그곳에서 오랜 시간 어여쁜 아이들을 낳으며 풍요롭게 잘 지내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날, 거대 생명체가 열병을 앓기 시작했어요. 작은 생명체들이 너무 많아진 데다가 너무 많이 먹으면서 이것저것 쓸모없는 것들을 잔뜩 만들고 또 쉽게 버렸기 때문이었죠. 거기엔 언제나 불이 사용되었는데, 그게 거대 생명체가 열을 앓는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결국 거대 생명체는 너무 아파서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엉엉 엉엉. 이제 나 좀 그만 괴롭혀. 난 너희들과 같이 살아가고 싶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야. 이러다 내가 죽으면 어떡하지? 난 이제 어떡하면 좋아? 엉엉 엉엉."

거대 생명체는 이따금 소리내어 울어도 보았지만, 작은 생명체들은 그 소리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소리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었죠.

결국 수 많은 작은 생명체들은 열 때문에 뜨거워서 죽었고 몇몇은 울음소리에 놀라 죽었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거대 생명체의 눈물에 잠겨 죽었습니다. 거대 생명체는 그게 슬펐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어차피 자신이 죽으면 작은 생명체들도 다 같이 죽을 게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두루뭉술 거대 생명체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죠.

거대 생명체의 몸 속에는 운 좋게 살아남은 작은 생명체들이 몇 마리 있었는데, 그들의 후손이 사실 우리 인간들이었고 그 거대 생명체가 바로 지구였습니다.

돌고 도는 자연의 시간처럼 거대 생명체는 또다시 열을 앓기 시작했고 곧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었지만, 작은 생명체들은 여전히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하하호호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옛날 이야기를 모두 잊어버렸기 때문이었죠.

- 열병을 앓고 있는 너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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