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가 없는데 어쩌죠?"
- YoungKon Joo
- 2020년 2월 27일
- 1분 분량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네. 실례지만..."
"아, 여기 중고 책방인데요. 장자 주문하신 신파도 고객님 맞으시죠?"
"아! 네. 사장님. 맞아요 저예요."
"그게, 다른 게 아니라 책을 확인해보니 이게 표지가 벗겨졌더라고요."
나는 서슴없이 말했다.
"뭐 어때요. 내용이 중요한 거지."
잠시 말이 없던 사장님이 곧 알겠다며 바로 배송을 해주겠노라 했다.
내가 너무 당연한 얘기를 한 건가?
그게 일주일 전 일인데, 오늘에야 문득...
아차... 내가 말 실수를 한 거구나.
만약 내용이 중요한 게 맞다면, 그 표지를 구성하고 디자인한 사람들은?
그 책표지의 띠 한 줄을 만들기 위해 평론가를 찾아다니고 또 서평을 써준 사람들은?
그러면 제지공장의 일꾼들은, 하물며 그 종이 한 장을 만들기 위해 아마 지금도 햇빛에 피부를 그을리며 일하고 있을
그 모든 이들의 역할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아니다. 당연히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겐 책 내용이 중요하지, 다른 건 덜 중요하다고 생각해보며,
그렇게 내 스스로를 위로해보면서,
맞아.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 다 중요하지만 단지 개개인의 차이만 있을 뿐이므로,
그래. 다음엔 이렇게 말해야지.
내용이 '더' 중요한 거죠.
괜찮아요. 제겐 내용이 '더' 중요하니까요.
더. 그 짧은 낱말의 위대함이란...
말이란 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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