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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먼저 보낸 애 딸린 남편의 이야기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20년 2월 27일
  • 2분 분량

슬픈 꿈이었다.

실제로는 잘 살고 있는 애 하나 딸린 친구 부부가 있는데,

꿈에서 그 아내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친구의 장례식부터 며칠이 더 지나는동안에도, 분위기는 그럭저럭 조용한 편이었다. 그 남편 친구의 성격이 실제로도 꼭 그렇다.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랑같달까.

며칠 뒤 안부가 궁금해 친구네집을 찾았다.

여느 평범한 스무 평대의 아파트였고, 다행히 집은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다.

그보다도 다행스럽게 아이는 웃으며 잘 지내고 있었고, 남편 친구는 여전히 조용히 지내는 듯 보였다.

나는 살림을 도와주기 위해 빨래를 개거나 그릇을 정리하는 방식 따위를 남편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남편 친구가 직접 보여주며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아마도 그의 아내가 하던 방식이었으리라.

그러다 아내 친구의 영혼이 찾아왔다.

꿈이라 그랬는지, 남편 친구와 나는 아무렇지 않은 일상처럼 편안하게 아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는 엄마를 못 보는 모양인지 벽에다 낙서만 하며 놀고 있었고, 아내 친구는 그 모습이 안타까운지 얘기하는 중간 중간 고개 돌려 딸아이의 뒷모습을 안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아내 친구가 대뜸 나보고 자기 대신 집에서 하루만 자고 가달라며 간곡히 부탁하는 걸, 한사코 거절했다. 마음이 힘들 것 같기도 하고 또 귀찮아서였다.

결국 하룻밤 자고 가기로 결정하자, 그제야 아내 친구의 영혼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며 "파도야. 여기 봐봐."라며 벽 한 쪽을 가리켰는데... 거기에 어떤 기호가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기억이 잘 안난다. 아마도 그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책에 관한 암시였나? 절대 미 라즈테...뭐 이런 뉘앙스의 글귀가 있었던 게 언뜻 기억나기는 한다. 직사각형 안에 있는 원 모양이었나... 어쨌든,

아내 친구의 영혼이 다시 돌아가자, 나는 이따금 아이와 놀아주면서 남은 살림살이를 거들었다.

빨래 널러간 남편 친구 녀석이 한참을 안오길래 궁금해서 베란다로 나가보니, 그가 아직도 빨래를 널고 있었다. 하루종일 빨래만 널겠군.

나는 몇 장 안되는 빨래를 함께 널어주며 친구에게 물었다.

"하은이는 엄마 안 보고 싶대?"

"어. 그냥 뭐. 지네 엄마 영혼이 땅에서 찾아오는 걸 애가 이해를 못 하나봐."

"그러게. 거기가 천국일 수도 있는 건데."

"그니까. 한 번씩 찾아온다는 게 어디야."

"내말이."

다시 한동안 애꿎은 빨래만 널다가, 난 다시 친구에게 물었다.

"너는 어때?"

갑자기 친구가 울었다.

그래서 나도 울었다.

그렇게 꿈에서 깨어났다.

얼마전 형이랑 차에서 나눈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왜, 얼마 전에 갑자기 와이프 먼저 보낸 후배 있다고 했잖아."

"아... 그, 자고 일어나보니 아내가 옆에서 심장마비로 죽어있다던..."

"어. 엊그제 그 동생 만나서 같이 술 마셨거든. 같이 일하는 것도 있고해서."

"그나저나 그 친군 몇 살이야?"

"너랑 동갑일 걸? 맞네. 81년 닭띠."

"아... 애들은 몇 살이랬지?"

"큰 애는 세 살, 막내는 한 살."

"아이고..."

한동안 조용하던 형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날 일 하나 계약한 게 있어서 동문들 다 모여서 회식했거든. 같이 실컷 술 마시다가 나중에 그 동생이랑 둘이 남아서 더 마셨는데."

"또 들이부으셨구만. 그나저나 형 마음 되게 그랬겠다."

"그치. 한참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내가 왜 그랬는지, 애들은 엄마 안 보고 싶대? 물었더니, 뭐 그냥, 덤덤하게 잘 견뎌요.하더라고."

"아이고, 아무래도 어리다보니...그래서?"

"다행이다... 하다가 넌 어떠냐 했더니 이 자식이 갑자기 오열을 하는 거야."

부끄러웠지만, 참지 못해 내가 소매로 눈물을 닦아대자 형도 운전을 하며 글썽이기 시작했다.

"술집에서 같이 부둥켜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장례식장에서도 눈물 한 방울 안 보이던 녀석이... 얼마나 오래 참았으면... 와...진짜, 둘이 울다가 민원 들어올 뻔 했다 정말."

그렇게 형과 난 울며 웃던 기억이 났다.

그 친구를 위한,

그런 아픔 속에 있을 친구들을 위해, 또 그들의 아이들을 위해 읽어줄 수 있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 중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잊고 살아 그렇지,

사실 그런 일들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법이고 또 반드시 누구나 겪어야 할 아픔이기 때문에.

그런 따뜻한 이야기 하나쯤은 더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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