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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다람쥐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20년 2월 22일
  • 2분 분량

'밥'이란 이름의 다람쥐가 있었는데, 그는 자기가 사는 마을의 시스템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떨 땐 그 스스로가 문제아인 것처럼 여겨져 밤새 잠 못 이루던 날도 있었다.

그가 사는 마을은 커다란 쳇바퀴 모양이었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은 모두 4개였는데, 번갈아가며 문이 하나씩 열리면 다람쥐들이 거기로 나가 도토리들을 주워모으는 구조였다.

시간이 흘러 다람쥐들이 늘어나자

좁은 문을 빠져나가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경쟁을 싫어하는 다람쥐들은 일부러 굶는 쪽을 택하기도 했다. 밥도 그들 중 하나였다.

'왜 문이 4개여야만 하는 걸까? 다른 문도 얼마든지 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냐. 그것보다도, 과연 문이 있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밥은 선조 다람쥐들이 만든 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여기기 시작했고 점차 그 목소리를 높여가자, 결국 다른 다람쥐들이 그를 향해 바보라고 부르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밥의 엄마 다람쥐마저 그에게 잔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런 바보 같은 생각할 시간에 도토리를 하나라도 더 모으렴. 어쩌다 저런 걸 낳았는지 원..."

점점 더 많은 다람쥐들이 굶주리게 되었고 그럴수록 밥과 그의 친구들은 서로를 더 안타까워하며 생각을 나누려고 노력했다. 특히, 열리는 문의 순서를 자주 틀린 바람에 굶어가고 있는 친구들과는 더 그랬다.

"네가 순서를 자꾸 틀리는 이유는, 네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이 시스템이 멍청해서일지도 몰라. 그러니 너무 풀 죽어 있진 말라고. 우리가 생각을 조금씩 모아나간다면 언젠가는 길이 열릴 거야. 그게 아니라면 자연이 우리를 도울지도... 자연의 선택은 늘 그런 식이었거든."

그러다 바보, 아니 밥처럼 시스템에 의문을 가진 다람쥐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하자, 마을은 조금씩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저런 바보 같은 녀석들 때문에 우리의 완벽한 시스템이 의심받기 시작했어요! 저들을 내버려 두다가는 언젠가 시스템이 무너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닙니다. 우리는 4개의 문을 만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똑똑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이런 바보 같은 시스템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굶는 다람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겁니다!"

결국 마을 다람쥐들은 밥과 그의 친구들을 작은 창고에 가둬버렸다. 그리고선 그들을 향해 '바보 패거리'라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거대한 지진이 마을을 뒤흔들었다. 그 순간 쳇바퀴 모양의 마을은 삽시간에 큰 변화를 겪게 되었고, 그렇게 시스템도 함께 무너졌다. 4개의 문은 모두 고장 나 닫힌 채로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었고, 문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들은 모두 붕괴되어 곧장 밖으로 이어지게 되었지만... 즉, 기존의 있던 고작 4개의 문이 다 닫히는 동시에 나머지 벽들이 전부 다 문이 되어버린 모양새였지만, 다람쥐들은 그 누구도 밖으로 나가질 못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4개의 문을 통해서만 나가도록 학습되었기 때문이었다.

마을 다람쥐들은 두려움에 떨며 겨울이 오기 전에 빨리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며 목소리를 한데 모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간 바보 패거리로 불려온 밥과 그의 친구들만이 창고 밖으로 자유롭게 뻥 뚫린 한 없이 넓은 공간을 바라보며, 어느 곳으로 나가면 더 즐거울 지를 함께 의논하면서 다 같이 신나게 마을 밖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도토리는 지천에 널려있었다. 밥은 웃으며 생각했다.

'운이 좋았어. 왜냐하면 우리는 낡은 시스템에 갇히지 않았으니까.'

- 4지선다형 시험이 맞지 않았던, 운 좋은 신인류인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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