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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전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20년 2월 3일
  • 3분 분량

그곳에서 전

어떤 섬을 여행하고 있었습니다.

구경거리가 넘치는 흥미진진한 관광지였죠.

여행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유독 활주로가 짧았음에도,

기장의 어떤 확신에 찬 관습적인 이륙은

결국 비행기의 머리를 하늘로 솟아오르게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마치 공중제비를 하듯, 비행기가 하늘 위에서 뒤로 한 바퀴 크게 돌더니 이윽고 바다로 불시착하고야 말았습니다.

어...어...어...

하던 승객들의 염려는 이내 끔찍한 공포가 되어 기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죠.

승객들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서로를 번갈아 응시하기만 할 뿐, 섣불리 어떤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었죠. 그건 승무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분위기는 마치, 마냥 즐겁게 전쟁게임을 플레이해오던 사람들을 일순간 실제 전쟁터로 옮겨놓았을 때 찾아올 법한 일종의 공황, 그저 공황장애가 아닌 말 그대로 공황 상태와도 같은 느낌이었죠.

그렇게 비행기는 서서히 바다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곧 어떤 조치를 취해줄 거란 기대,

그러나 결코 찾아오지 않을, 기대하는 대상의 부재...또 그에 따른

탈출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공포, 곧 죽을지도 모를 극도의 불안, 그럼에도...

그 뒤에 찾아오는 얄팍한 어떤 안도감, 그러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적어도 외롭게 혼자 죽는 건 아니잖아. 눈 앞의 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한다는 건 어찌 보면 축복이지...

라는 식의, 그 순간 결코 필요치않은

절명의 순간을 함께 맞이하는 어떤 동질적인 안도감...

그렇게 저는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리고나서 눈 감은 채 생각했죠.

만약 그곳이 꿈이었든 아니었든,

만약 그것이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었건 나의 심리의 반영이었건에 상관없이,

어쨌든 그렇게 결론지을 일이 결코 아니었는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전 노력해 다시 그 꿈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여전히 비행기는 바다로 가라앉는 중이었고

사람들은 어찌 할 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었습니다.

전 소리쳤습니다.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당연히 저도 처음 겪는 상황입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우리가 함께 힘을 모은다면, 전 우리 모두가 충분히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저를 향해 모아지자, 전 차분하게 외침을 이어갔습니다.

"여러분. 우선 가지고 계신 휴대폰의 플래쉬를 켜서 천장을 비춰주십시오. 서로의 빛이 되어주십시오."

기내가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승무원 분들은 산소 마스크와 구명 조끼 착용을 도와주세요.

그리고 미리 착용하신 분들이나 잘 아시는 분들은 주변 분들을 함께 도와주십시오.

나이 드신 분들이나 아이들을 먼저 도와주십시오.

좋습니다!"

사람들이 일사천리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비상문 근처에 계신 분들은 플래쉬로 비상핸들을 찾아주십시오. 가까이에 계신 승무원 분들이 도와주세요."

전 비상문으로 다가가 한 승무원에게 속삭이듯 물었습니다.

"얼마나 가라앉은 걸까요? 혹시 우리가 수영해서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거리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요?"

승무원이 고갤 끄덕이고선 기장실로 빠르게 걸어갔습니다.

"보시다시피 전 체구도 작고 힘이 약해서요. 혹시 '난 힘이라면 자신있다!' 하시는 남성분들은 비상문을 열도록 도와주십시오!"

건장한 남자들이 우후죽순 일어나 비상문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러분. 아무래도 비상문을 열고 최대한 빨리 기내를 빠져나가는 길이 가장 안전할 것 같습니다. 그 전에!

수영 잘 하시는 분 손 좀 들어주십시오!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 계신 부모님들은 저 분들께 아이를 믿고 맡겨주십시오. 그리고 그들을 함께 따라가십시오.

혹시 수영 못 하시는 분 계십니까? 좋습니다. 여러분들도 저 분들 곁에 서십시오.

우선 아이들 먼저, 그리고 노약자분들, 다음으로 여성분들, 제일 마지막으로 건장한 남성분들이 저와 함께 나가면 어떨까 생각하는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잠시간 사람들이 웅성거리더니, 이윽고 어느 한 명으로 시작된 "좋습니다."란 대답이 일제히 기내 안에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승객들을 인솔하자, 비상문 주변에 차례대로 대열이 갖추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서로 위로하고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곧이어 기장님이 제 곁으로 다가왔고 그가 짧고도 상세한 의견을 제시하자, 각종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빠른 시간 의견을 종합해 탈출 방법을 합의했습니다.

비상문을 동시에 연 뒤, 수영을 잘 하는 이들을 필두로 순서대로 빠져나가 빠르게 헤엄쳐나가는 방법이었습니다. 구명 조끼까지 있으니 큰 문제는 없어보였습니다.

그렇게 수영을 못하는 이들도, 아이들도 노약자들도 모두가 열심히 두 발을 구르며 재빨리 올라가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손에 손을 맞잡은 채로...

건장한 남성들이 비상문을 단단히 부여잡았습니다.

그리고선 외쳤습니다.

"하나...둘, 셋!"

모두가 함께 숨을 크게 들이마셨습니다.

비상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전 다시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또다시 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다행히도 모두가 기내에서 빠져나가고 없었으며,

홀로남은 전 그제야 안도하며 힘이 빠진 채로 서서히 기내 안에서 떠올랐습니다.

멎어가는 심장 한 켠이 크게 벅차오름을 느꼈습니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잘 했어. 정말 잘 했어.

그리고 전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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