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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성과 잠자리를 가졌다.

2020년 2월 2일
2분 분량

북한 여성과 잠자리를 가졌다. 아니.

북한에서 온 여성이라고 표현하는 게 조금 더 정확하겠다.

오래전에 탈북해 남한에 거주 중인 새터민 여성이었다.

당신의 기대와 달리, 당연히 대단한 미녀는 아니었다.

그녀가 남남북녀라는 소문에 근거한 상당한 미녀였다고 거짓말을 한다면 아마도 이 이야기는 더더욱 흥미로워질 테지만, 운이 좋게도 아니었다.

적어도 내 기준에는 그랬다.

나는 왜 그랬을까?

친구의 말로는, 내가 술에 만취되어 뭔가에 씌인 사람처럼

"나 2차 나가도 돼?"라고 물어보더라는 것이었다.

'웬일로?'라는 생각과 함께 찾아온 어떤 신기함에, 친구는 밖으로 나가려는 그녀를 불러 세워놓고선 "친구가 원해서 그러는데, 혹시 애프터가 가능하냐?" 물었더니 그녀가 흔쾌히 수락하더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나는 그랬다. 마치 잠자리가 어떤 관계의 종착지처럼 여겨지던 회의가 점점 더 깊어져가는 중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더 그랬다. 친구가 신기해할 법도 했을 것이다.

직업 여성들과 잠자리를 가지는 행위는 진작에 그만둔 터였다. 관계 뒤에 밀려오는 공허함이 잔혹해서였다.

대부분, 거의 모든 경우에 있어 그 행위는, 이별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 탓이 분명했다. 그런데 만약,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한 행위가 오히려 그 공허의 크기를 더 늘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더이상 할 필요가 행위라는 것이 당연했다.

욕망이 차오르면 자위로 해소하면 그만이었다. 그럴수록 여성들과의 대화가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서 좋을 때도 있었다.

근본적인 목적을 거세했을 때, 때로 과정은 더욱 풍성해지곤 하니까.

지금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최근 결혼이라는 목적을 내 삶에서 거세했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껏 나는 그러지 않았으니까... 거세 전의 나로 돌아갔다면, 나는 반드시 이번 기록에 앞서 이런 생각을 발기시켰을 것이다.

만약에 미래의 아내가 이 일기를 보게 된다면? 과연 그녀의 기분은 어떨까? 또 나는 어떤 거짓말을 해야할까?

그건 일기가 아니라 사실은 상상 속의 이야기였어? 라고?

그런 생각들을 하고나면 누군가에겐 색다른 경험이 될지도 모를, 사실에 기반한 어떤 기록은 흔적 없이 말끔히 사라지고야 만다. 마치 변기 안에 빨려들어가는 휴지조각들처럼...

어쨌든 나는 이번 경험을 기록하고 싶었다. 몹시...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나기 전,

친구 옆에 앉았던 소리꾼 출신의 노래방 도우미 여성은 마치 곧 벌어질 일의 암시라도 미리 주려는듯 이런 말을 했었다.

"이곳에는 조선족 여성도 많지만, 간혹 북한 여성들도 있어요.

한번은 북한 여성과 함께 목욕을 한 적도 있었는데, 온몸이 상처 투성이어서 마음이 안 좋았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물론, 그녀들이 우리보다 돈을 더 밝히는 것같아 얄미울 때가 있지만..."

그 상처들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너랑 자고 싶어." 그말에,

지방 노래방에서 나를 처음 보자마자 "어디서 이렇게 잘 생긴 총각이 여기까지 왔대요."라고 내게 미리 사탕발림을 해놓았던 그녀는,

정확한 발음으로, 우리 남한 사람들이 표준어라고 말하는 기준보다도 훨씬 더 정확한 발음으로 내가 신청한 몇 곡의 노래들을 훌륭히 완창해 한 번 더 나를 녹여놓고선,

허름한 시골 모텔로 가는 동안에는 아예 내 손을 잡아 방까지 끌고가더니 이윽고는 날 먼저 침대 위에 눕히고선 겁탈하듯 나를 강렬하게 덮쳤다.

그래놓고도 심지어는 고작 하루동안, 아니 몇 시간 밖에 만나지 않은 남성에게

"너 닮은 아이 갖고 싶어."라고 말했던 바람에 정사를 중단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나는 의심했다.

북한 여성이어서일까? 임신 가능 기간이 저물어 가는 여성의 어떤 불안함 탓이었을까? 아니면 단지 그녀의 와일드한 개성 때문에?

아니... 그저 게 중에 그나마 마음이 가는 손님들에 대한 접객 멘트 정도였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모텔 천장을 바라보며, 만취 상태의 몽롱한 생각 조각들을 겨우 짜맞춰보다가,

언제 그랬는지도 잊어버린 채 나는 잠이 들어버렸다.

눈을 떴을 때, 나는 혼자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다행일까 불행일까...

그녀의 몸에는 그 어떤 상처 하나 없었다. 없었다. 분명히...

그 사실 하나만큼은 그날의 모든 과정들 속에서 가장 뚜렷한 흔적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물론, 그녀의 마음 속이 어땠는지는 당연히 알 수 없는 문제였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왜 북한 여성과 잠자리를 가지는 것이 이처럼 기록에의 의지를 불러일으킬만큼 독특한 경험이어야 하는가...

아니. 그보다 이전에, 왜 나는 여전히 여성의 순수한 욕망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왜 그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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