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의사와 도시 버스 기사
- YoungKon Joo
- 2020년 1월 19일
- 1분 분량
'카프카의 시골 의사'를 읽을 생각에
설렘을 주머니에 찔러넣고선 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여느때처럼 노년의 버스 기사에게 "안녕하세요."라고 크게 소리내어 인사했지만,
그의 표정은 왠지 어딘가가 이상했다.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는..어떤 알 수 없는 표정.
그때였다. 버스 뒤켠 어딘가에서
"기사님. 문 좀 열어주세요!"
라고 애원하는 여학생의 간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버스 기사는 마치 방전된 기계처럼,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멍하니 기사석에 앉아만 있을 뿐이었다.
잠시간의 고요한 정적과 승객들의 어색한 시선 교환,
난 기사에게 물었다.
"기사님. 뒤에서 누가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데요?"
"..."
"기사님?"
버스 기사가 아무런 대답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자, 나는 버스 뒤쪽을 향해 일부러 더 큰소리로 되물었다.
"뒤에 문 열어달라는 것 맞죠?"
"네. 맞아요!"
승객들 사이에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 않던 그 여학생이 대답했다.
버스 기사는 방금 배터리를 교체한 어떤 기계처럼, 그제야 동공이 제자리로 돌아오며 버스의 뒷문을 열어주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나는 책장을 펼쳤다.
그의 이름을 불러라. 그러면 그는 문을 열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그를 비난하라!
그는 다만 기사일 뿐, 기사일 뿐이다.
책장을 넘겼다.
기뻐하라, 너희 승객들이여,
기사가 너희들의 문을 열었다!
문득, 멸종을 앞둔 코알라의 모습이 떠올랐다.
초대형 산불 속에서 자신의 몸에 불이 붙었음에도
결코 살려고 발악하지 않는 망연자실했던 바로 그 모습.
멸종을 앞둔 생명의 표정들이 꼭 이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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