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기 없는 왕
- YoungKon Joo
- 2019년 10월 26일
- 1분 분량
옛날 어느 왕국에 가장 인기 없는 왕이 있었다.
그는 왕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백 명의 사관을 임명했다.
그러고나서 왕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짐이 지금부터 하는 말과 행동들을 낱낱이 기록하라.
그리고 그것이 절대 내 눈에, 또 내 귀에 들리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하라.
또한 짐을 제외한 모든 백성들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것을 살펴볼 수 있게 하라."
그 뒤 왕은 왕국의 모든 기념일을 없앴다.
백성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왕은 이렇게 말했다.
"부모 없는 어린 백성들에겐 슬픔이 될 수 있기에 어버이날은 필요가 없고
어딘가에선 농사 지을 땅이 없어 굶주릴 백성들이 있기에 추수를 감사할 일은 쓸모가 없으며
성인의 기일들은 그 날로 인해 다른 믿음을 가진 자들에겐 증오의 축제가 될 수 있으므로 하등 그 쓰임이 없기 때문이다."
왕은 그 다음으로 구분, 신분, 결혼, 소유, 상속 등의 제도들을 하나씩 없애나갔다.
이윽고 왕국이 혼란에 빠지자 왕은 대신들을 소집해 이렇게 명했다.
"짐에게 반기를 드는 이가 있다면 보이는 즉시, 들리는 즉시 그들의 목을 자르라."
그렇게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다.
그리고 왕국은 잠시간 안정을 찾는 듯 보였다.
결국 왕이 숫자와 문자에 대한 모든 기록물을 폐기할 것을 명하고
또 그 사용까지 모두 금지하자,
사관들로 시작된 봉기가 태풍에 휩싸인 불길처럼 번져
마침내 왕은 백성들의 분노에 둘러싸인 채 단두대에 목을 걸쳤다.
백성들은 만장 일치로 "사형!"을 외쳤다.
사관 중 한 명은 그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기록하였다.
'
왕은 드디어 정신이 완전히 나간채로,
이제껏 듣지 못했던 가장 큰 웃음소리를 내며 목이 잘렸다.
'
그리고 머리가 잘려나간 채로 왕은 나지막이 속삭였다.
'..드디어 새 시대의 문이 열였도다..'
하지만 그 말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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