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전
- YoungKon Joo
- 2019년 5월 21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11월 12일
왕관을 바로 눈 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수백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찬 거대하고 화려한 연회실,
붉은 망토를 두른 채 연단 위에 서 있는 저를 모두가 우러러보고 있었죠.
이윽고 어떤 왕 또는 교황 같은 복장의 나이 많은 노인이 제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려 하자,
복합적인 감정들이 삽시간에 저를 덮쳐왔습니다.
저들이 나를 얼마나 존경하는지,
또 얼마나 경멸하는 지에서부터...
또 나에 대한 기대심과 함께
그 심리 저변에 깔린 책임 전가의 무거운 마음 등등등...
의 복잡 미묘한 그 모든 세세한 감정들,
말로 다 형용할 수조차 없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온갖 행동 패턴들이
일순간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로부터 미미하게 전부 다 제게 전이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깨달았죠.
아... 왕의 심정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그렇게 노인이 제 머리 위에 씌어준 황금 왕관에서 서서히 손을 떼자
그 무게가 정수리 끝에서 시작해
목과 어깨와 허리를 지나 결국 무릎과 발끝까지 전해지는 순간,
아차...!
제 영혼이 잽싸게 그 육체에서 빠져나와
왕이 된 순간의 제 자신을 멀리서 지켜보게 되었죠.
아...
왕관이란 것은 매마른 나뭇가지보다 무의미한 것이었구나.
황금이란 것은 종잇장보다 쓸모가 없는 것이었구나...
그만큼 허망한 무게라는 것이 이 세상 또 어디에 있으랴...
꿈 꿔왔던 부와 명예, 권력,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집착,
또한 인간의 삶이란 게 얼마나 우스운 것이었는가...
아...
꿈에서 깨자마자 전
깊은 한숨을 내쉬고서 마음으로 속삭였습니다.
아... 신이시여.
어찌 이토록 좋은 꿈을 제게 주셨나이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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