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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연인에게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18년 9월 24일
  • 2분 분량

처음 본 순간

우린 아마 흔들릴 거야.

진동처럼.

어떤 이끌림. 왜,

자석이 꼭 그렇잖아.

철썩! 붙기 전에 후덜덜덜 미세한 진동이 있잖아.

그런 느낌?

첨엔 좀 불편할 걸?

설명하기 힘든...

괜히 속상하고 막.

갑자기 내가 막 문제아인 것 같고.

똑같던 일상들..

..이 이상해지는 경험. 또

우리가 알 지 못할

어떤 그리움...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내 못난 과거들.

그럼에도 아닌 척,

만남은 또 어떻게 이어갈 지...

휴...밤새 뒤척이며 고민할 때도 있을 테고,

실수할까 봐.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누가 먼저?

일이나 모임 따위를 계획하고

우린 다시 만나게 될 테고

그러다 우연히 둘만 남은 순간에는

이상하게도 알던 길을 헤맨다거나

방금 먹은 음식의 맛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다음은 어디로 갈 지... 또 뭘 먹을지에 대해

그 쉬운 결정을 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다가

서로 몸이 약간 부딪히는 바람에...

헛! 유전자들이 깜짝 놀라 혈액 속에서

어마어마한 진동을 펼칠 거야.

마치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그럼 우리의 두 볼은 빨개져.

그러다 어느날은

밤을 새도 모자랄만큼 대화가 신이 나서는,

두눈 마주하며,

또 가끔은 시선을 외면하면서도

동시에 까르륵 악- 너무 웃겨. 하는 순간

어머 나 왜 이러지...하며

순간 내 자신이 바보처럼 여겨질 지도 모를테고.

그런 서로를 보며 가슴은 콩쾅대고...

몇 번쯤 널 웃기려다 실패해도 넌 봐주고

또 내가 우와!ㅈㄴ웃기다!하며 빈정대도 또 봐주고

이윽고 넌 내 작은 집에도 놀러오게 되고

난 청소를 할 지 말 지를 한참동안 고민하다

결국 청소해놓고선 원래 이렇게 사는 척...

또 너네 집도,

소품 하나하나가 다 내 것인냥 소중하게 여겨지고, 만져보고, 또 비어있음 채워주고 싶고...

사주고 싶고 만들어주고 싶고...

그럼에도 참자. 꾹꾹.

왜냐하면

우린 오래 만나야 하니까.

그러고 싶으니까.

짧고 가벼운 만남, 너도 이젠 지겹지 않아?

난 좀 그래 요새.

어느날 널 바래다주는 길에

어이쿠야 차 조심. 하며 우연히 닿은 손길에

향기는 또. 네 온기는 또 어쩔거며.

손 잡고 싶어도 참게 되고,

입 맞추고 싶어도 왠지 아직은 그러면 안될 것 같은데

잠은 또. 옆에만 있어도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그게 또

가능이나 할는지...

그렇게 내 자신이 자꾸 못나보이는데도

사람들은 자꾸 “야. 너 요새 얼굴 좋다.”라며..

너네 나 조롱하냐 지금?

이거 사귀는 거야 뭐야 우리.

그맘때쯤엔 어쩌면 따귀 맞을 요량으로

만취해서 널 처음으로 한 번 와락할 지도 모르겠다.

이러고 조금만 있을게...

휴...이거 안도냐 걱정이냐.

아마도 한꺼번에 몰려올...

거절당한 기억들, 상처받은 기억들.

그런 못난 과거들 누구나 몇 번쯤 있을 법 한데도,

뭐가 이렇게 걱정이 많은 건지...

뭐가 이렇게 모르겠는 건지...

빌어먹을...

젠장맞을...

아, 사랑이구나...

그 한 마디

삐져나올 듯 가슴 속에서만...

간다...라며 돌아서는 길,

네가 보던지 말던지

어쩌면 뒤돌아선 채

엄지 검지로 작은 하트 하나를 그려

밤하늘 달님에게 두둥실 띄워보낼 지도...

네가 봤으면 어쩌나...

아니, 못 봤으면 어째...

어느날부턴가 현실이 밀어닥칠 테지.

우리의 사랑을 방해하는 그런 ㅅㅂ 현실.

일주일에 너와 몇 번을 만나는 게 좋을는지

데이트할 땐 주로 뭘 할거며

어디로 여행을 함께 가볼 건지

또 그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어떻게 이 고약한 현실을 함께 헤쳐나갈는지...

그러다 한 번씩

영원히 사랑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있지도 않은 가설들로 서로를 설득하며,

둘이 손 맞잡고선 현실으로부터 잽싸게 달아나...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아이같은 꿈 속에서,

그날엔 우리 솔직한 마음들,

둘만의 비밀로 저 하늘에 포스트잍 가득 부쳐두고선

함께 누워 같은 천장 바라보며 오손도손 이야기나누자.

하룻밤을 꼬박 새고도,

몇날 며칠을 또 함께 해도 좋을 테니

네 마음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도록.

또 내 마음으로도.

그러니 이제 우리 꼭 속마음 털어내며 지내자.

어때?

자. 여기.

이제 내가 가진 패는 아무것도 없어.

숨긴 것도, 숨길 것도 없어. 이게 지금의 나야.

거지 같아. 빚도 조금 있어.

집도 없고 차도 없고 들어놓은 보험조차 하나 없어.

하지만 마음만큼은 제프 베조스 형님과 워렛 버핏 삼촌, 이재용이 형보다 부자야.

널 위해 비워둔 마음이,

이만큼이나 남아돌아.

미래의 연인에게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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