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한 사람
- YoungKon Joo
- 2017년 5월 2일
- 2분 분량
내 자신이 얼마나 천박한지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샤워를 10분이 넘게 한 것 같다.
막무가내이며, 때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없이 무턱대고 내 감정에만 충실하곤 한다.
하지만 어쩌겠어.. 상대방의 감정이란 직접 듣지않고선 도무지 알 길이 없는 걸..
그래서 가급적이면 내 감정만큼이라도 솔직히 표현하려 애쓰곤 한다. 적어도 상대방이 헷갈리지 않도록..
그런 모습이 가볍고 또 천박하게 보여질 때가 많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인 동시에, 반드시 내 스스로가 반성해야할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가만히 있으면 멋진데 말만 하면 구려져."
"형은 꼭 한마디를 더 해서 손해를 보는 것 같아요."
"오빠는 안해도 되는 표현을 굳이 해서 매력을 잃어."
"참 무게가 없는 인간이야."
최근 선배들로부터 또 동생들로부터 반복적으로 들었던 말들이다.
요즘 가장 자주 보는 노래하는 동생은, 내가 사람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마다 내 이미지를 수습하느라 피곤하댄다.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예요. 저 형은 알고보면 꽤 괜찮은 형이예요.' 형이랑 다닐때마다 내가 이런다니까. 괜히 형 오해살까봐."
'알고 보면 내가 어떤데? 괜히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가지고 지만 피곤하대. -0-;'
동생에게 내가 말했다. 선배들에게도, 잔소리하는 여동생에게도 같은 말로 일관했다.
"이게 나인 걸."
맞아. 이게 나인 걸..
무게라는 것은, 내 스스로가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주는 것이고 또한 세상이 짊어주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똥폼잡는 인간들에게 곧잘 이렇게 말하곤 한다. "무게 잡지마. 니 주제에."
하물며, 내가 감당하는 삶의 무게는, 또 세상의 짐은 얼마나 가벼웠던건가.. 아니, 가벼워지기를 열망하고 또 열망한다.
나는 가볍다. 가벼운 사람이다. 가벼운 사람들은 웃음이 많다. 나는 웃음이 많다.
잔뜩 무게 잡아야할 사람이 실수할 때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곤한다.
진지한 아나운서가 말을 더듬거릴 때, 곱게 웨딩드레스입은 신부가 제 치마에 걸려 넘어졌을 때, 엄중한 회의시간 중 심각한 회장님의 가발이 벗겨졌을 때, 우리는 웃음이 터진다.
그나마 내가 무게를 짊어져야했던 순간들에도, 나는 '어떡해야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감독시절에는 역할답지않게 꽤나 우스꽝스러웠던 바람에, 나를 키웠던 선배들이 걱정하기도 했다.
그게 나인 걸요..
나는 예술가를 뛰어넘어 예술 그자체로 기억되고 싶은 바램이 있다.
"그 사람은 인생이 참 예술이었어.."라고 사람들로부터 회자될 수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찬 인생이다.
어릴 때 국사 교과서 표지에 나왔던, 국보310호인 백자 달항아리라는 것이 있있다.
그걸 눈앞에서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이게 왜 국보지?'라고 생각될만큼 그 모양새가 투박하고 형편없어 보였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야 깨달았다.
화려한 도자기들은 그 스스로 무게감과 거리감을 형성한다. 만져서는 안될 것 같다. 혹시나 흠집이라도 나면 어디 잡혀갈 것 같다.
달항아리는 다르다. 누구든지 만져봐도 될 것 같다. 편하고 또 가깝다. 무게감과 거리감이란 단어는 이미 이 녀석 앞에서는 사라져버리고 없다.
손에 닿을듯 가까운 소박함. 그것이 달항아리가 가진 위대한 아름다움이자 모방할 수 없는 예술성이 아닐까..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누구에게나 편안한 사람.
언제나 가까이에 있는 사람.
무게감이 없고 거리감이라곤 전혀 없는 그런 사람.
나는 그런 천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반성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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