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다.
- YoungKon Joo
- 2017년 4월 28일
- 1분 분량
며칠째 막내사촌동생이 날 괴롭힌다.
녹음을 한답시고 자꾸만 우리집을 찾아온다.
"은주야. 누군갈 괴롭히더라도, 반드시 니껄 얻긴 얻어내야돼.."라고 말하면서도 "오빠 좀 그만 괴롭혀라"라며 짜증을 곧잘 낸다.
그게 미안해서 밥을 차려줬다.
잔소리를 한다. "밥상은 니가 치워." 잔소리라도 안하면 지가 치울 줄을 모른다.
잘 해줘야지..하면서도 귀찮은 게 사실은 사실이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란 존재가 내겐 꼭 그렇다.
할 일이 태산인데, 자리를 내어준다.
그 바람에 담배는 늘어간다.
얜 모를 것이다.
모른다.
여전히 내 맘속에선 그저 코딱까리만한 애고, 이 녀석에게있어 난 그저 홀애비 냄새 풀풀 풍기고 말 많은 진상 오빠임에 틀림없다.
십수 년 전 함께 산책다니던 시절, 고작 내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내어주면 그걸 잡고 따라다니던 어린 아이일 뿐이다.
미안하지만서도, 내 마음속에서 자란 너는 늘 그렇다.
올해로 스물넷이란다. 세상에..
내 지난 스물넷과 대치시켜보니, 이젠 대화폭을 좀 더 넓혀야겠다 싶어서, 나의 얄팍한 이성과 경험에 입각한 남녀 이야길 들려줬다.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내 이야기를 쑤셔넣어봤더니..역시나 나이 상관없이 여자는 여자다. 또 잔소리다.
딸 같은 여동생 앞에서도 남자는 언제나 바보가 되어버리고만다.
짜증을 내면서도 잘 되길 바란다.
인상을 쓰면서도 니가 하고픈만큼 해보라고 말한다.
가끔씩은 동생이 아니라 새끼같다.
그래서 지금 이 새끼의 작품을 만들어주다가, 짜증이 났다가, 귀찮아 뒤질 것 같았다가,
마음도 풀 겸 일기를 쓴다.
마음을 턴다.
하도 못된 소리들을 해대서 울리기도 곧잘 울렸더니,
이게 맞는 건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이 녀석이 이번에 만들어온 작품이 정말 좋긴 하다.
잘 됐음 좋겠다. 잘 돼서 오빠 좋아하는 음식도 좀 사주고, 니가 골랐다며 옷도 좀 사줘보고, 가능하면 차도 바꿔줘보고, 니가 좀 그래줬음 좋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이렇게 빙빙 돌려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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