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 YoungKon Joo
- 2017년 4월 23일
- 2분 분량
바리바리 반찬 싸들고 찾아온 형수에게 온갖 음식 다 꺼내 요리해서 밥을 차려줬다.
한그릇 든든하게 같이 먹고나서 시장엘 나가서 형수를 졸라 드디어 화초 군단을 옥상에 배치했다. 물론, 다 내 몸과 합체할 수 있는 녀석들로만...
꽃도 하나 심으라는 형수에게 말했다. "먹지도 못하는 걸 뭣하러..." 다 먹어버릴거야.
블루베리에 딸기에 상추에 깻잎에 대추토마토에 대파에 청량고추를 심었다.
한참 농일하고 있는 내게 형수가 말했다.
"도련님. 나 요즘 들어 부쩍 봄 타나봐.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
"그럼 하지마. 그럴 땐 아무것도 안하면 돼."
기장의 멸치축제를 다녀왔다는 어머니와 30분이 넘게 통화했다.
늘 그렇듯, 10분 정도는 자기 얘기에 10분 정도는 잔소리, 나머지 10분은 내가 대충 농담으로 때웠다. 혼자 사는 어머니라 역시 말이 많다.
"돈 벌어야지. 장가 가야지. 마흔 넘기 전에 장가 안가기만 해봐라."
"마흔도 빠르다카이!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댄데."
들어오는 일 좀 마다하지 말라는 어머니와 옥신각신하다 어머니가 그러셨다.
"요샌 백수가 과로사한다더라."
그 말에 한참을 웃었다.
집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집에서 일하면, 노는 줄 안다.
어머니. 저 요새 일 많이 해요.
녹음을 하고 싶다는 동생에게 카톡이 왔다. 남친 생기고 부쩍 예뻐진..
녀석이 스무살이 되고부터는 무관심 전략을 써서 키우고 있다만, (니가 이걸 염탐할 걸 같아서..) 뭐 잘 하겠거니 했는데, 참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니가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다만, 잘 해낼거라 믿어의심치않고, 오빠가 먼저 자리 깔테니 그때까지 무럭무럭 자라있기를...
피가 그런건지, 내 영향이 있었던건지, 음악에 광고에 영화에 배우까지 욕심내는데, 내 생각엔 정말 잘 하고 있는거라 생각한다. 뭐든 해봐야돼. 그래야 해를 봐. (안다. 안 웃긴거.)
바야흐로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던가. 유튜브는 훌륭한 대안인 게 분명한다. 도전해보렴.
녹음하고 치맥사준다고 남친 데려오랬더니, 그 녀석에게 야근이 겹쳤단다.
'넌 어마어마한 기회를 놓친거야.' 나라면 도망이라도 나왔겠다. 넌 아직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
자기네들끼리 뭔가를 촬영한다는데, 가급적 촬영날 갈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뻥이야.
기획안을 도와줬던 형이 드디어 6억짜리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나도 형도 이제껏 가장 많이 운용한 프로젝트의 자금은 2억이었다. 무려 3배가 껑충 뛴 것이다. 덩달아 기분도 3배가 뛰어올랐다.
계약서를 쓰기 전까진 들뜨지말자 약속해놓고도, 요샌 김칫국을 먼저 마셔야 현실이 따라오는 것 같다는 결론을 서로 조심스레 내비췄었는데, 그게 사실로 입증되었다.
나 역시 요샌 김칫국에 젖어사는 중이다. 김칫국은 시원하다.
몸이 세개라도 모자라겠다는 형에게 다시 한번 응원메세지를 보낸다.
어여 소맥에 소고기나 실컷 구웁시다. 성님.
소고기는 역시 형이 구워준 게 제일 맛있어.
아버지도 잔뜩 들떠 있다.
일이 없어 고민이다 하소연만 하시던 양반께서 엊그제는 왠일로 술에 취해 허허허허 웃으며 전화를 주셨다.
"열심히 벌어서 너희들에게 죽도록 뒷바라지를 해야할텐데..."라고 하시면 언제나, "저희가 어서 뒷바라지 해드려야지요.."하던 나도 이제는,
"네. 아버지. 이번에 일 들어가셔서 목돈 생기면 좀 주세요. 말만 하지말고 이젠 제발. 좀. 주세요!"
그 얘길 어머니께 전했더니 깔깔 거리시며 꼭 그러라고 하신다.
아버지는 말빨로 절에서 소고기를 얻어드시는 분이다. 실제로 얻어드신다.
악기만 잡았다 하면 며칠 만에 남들보다 잘 쳐서 사람들 자주 놀래키 분이, 어쩌다 그림을 그리며 살아오셨다. 아버지는 노래방을 최고로 좋아하신다. 언젠가 무대 위에 장구 연주자로 아버지를 올려세우리.
그런 아버지에서 업그레이드 중인 나는, 우연히 본 사주에서 사막에 떨어져도 선인장으로 사업할 인간이라고 나왔다.
그래. 증명할 시간이 온거다.
다행히(?) 반만 가지게 된 아버지 유전자의 능력을 증명할게요.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어린 날부터 많은 이야기들을 숨기며 살아왔다.
그래서 일기를 쓰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이곳에 털어내면 그나마 위로가 되었으니까..
가족을 배우고 있다. 가족을 아끼고 있다. 가족을 걱정하고 있고, 가족을 사랑하고 있다.
여유가 있으니, 많은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햇살이 따사로왔다.
내 걱정을 무척이나 하고 계실 할머니 댁에도 어여 한번 다녀와야겠다.
마음이 좋으니 주변이 좋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번 봄은 상당히 유별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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