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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17년 3월 1일
  • 1분 분량

달을 보면 윙크하는 습관이 생겼어. 마치 멀리 떠나온 방랑자가 집으로 안부를 전하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난 달에서 왔다는 소리도 곧잘 하지. 물론 난 어머니의 뱃속에서 왔어. 적어도 내 육체는 말이야.

어린 날 어두운 숲속을 하염없이 방황하던 꿈을 기억해. 내가 기억하는 첫번째 꿈이었지.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이었고, 눈을 떴을 때 엄마 아빠가 곁에 없어서 엉엉 울었어.

이불을 팔던 집 대문 밖으로 나가 주저앉아 울고 있으니 엄마와 아빠가 선물을 사가지고 들어왔어.

언젠가부터 이해할 수 없는 꿈들을 기록해왔어. 대부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고 뭔가 비슷함에도 분명히 다른 세계들이었지.

현실에서 느껴보지못한 황홀경에 빠져보기도 하고, 그곳을 여행하며 방랑했던 적도 많았어. 이따금 그곳이 우주의 한가운데일 때도 있었지.

때로 현실보다도 더 생경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어차피 꿈은 꿈일 뿐일거야. 적어도 사람들에겐 그렇게 말하는게 편해.

혼자서 여행을 자주 다녔어. 발길따라 여기저기 다녀보며 운명의 조각들을 수집했지.

내가 원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땅이 나를 불러서 가게 된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해. 꼭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거든.

난 왜 여기에 있을까? 이번 여행의 끝은 어디일까?

꿈속에서 어떤 메세지를 받거나 새로운 영혼을 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어.

그렇다면 꿈은 또다른 세계로의 여행일 수도 있지 않을까? 예술가는 그래도 되는게 아닐까? 안테나는 길게, 볼륨은 높게.

그러니 조금 더 솔직해져도 되는게 아닐까?

언젠가부터 달이 편안하게 느껴졌어. 마치 그곳이 나의 집인 것처럼.

어쩌면 난 어느 꿈에서 달의 진실을 경험했고. 그곳의 어떤 영혼을 접속했을지도 모를 일이지.

나는 느껴. 어차피 우리가 외계라고 부르는 곳도, 외계인이라 부르는 것도, 결국은 하나에서 출발했음을..

그러니 두려워할 건 전혀 없지.

내일은 새로운 집을 알아보러가는 날이야.

달이 잘 보이는 옥탑방이 될 것 같아.

어쩌다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둥그렇게 밤하늘을 여행하는 달을 보며 하루쯤은 제대로 손흔들어 안부전해도 좋지 않을까?

'난 잘 있어.'라고 비밀스레 속삭이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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