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핸드폰 리폼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17년 2월 9일
  • 1분 분량

지난주에, 타고가던 버스 사고가 났어.

음주운전자가 뒤에서 제법 세게 받은 충돌사고였어.

하필 그날 화장실에서 핸드폰을 세게 떨어뜨리고 말았지.

몇년동안 막 굴려도 깨지지 않던 액정이 결국엔 박살이 나고 말았더라.

사고 얘기를 했더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험회사에다 사고를 핑계로 액정도 수리를 받으래.

그래서 몇 번이나 그럴싸한 거짓말을 생각해봤는데, 오히려 그 시간이 아깝더라.

어떨땐 양심이 제일 편해.

그 바람에 이리저리 살펴보니 핸드폰이 온통 키스투성이더라. 찌그러진 부분도 많고.

솔직히 버스나 지하철에서 선뜻 꺼내보기가 창피한 적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쓰기에는 충분하다 생각했지.

게다가 모두들 자원아껴야한다고 난리들인데..

그리고 난 거지잖아.

그래서 오늘은 깨진 핸드폰 액정에다 싸인펜으로 무지개색도 넣어보고,

또 상처투성이인 옆면과 뒷면을 사포로 열심히 갈아도 봤어.

기분이 이상하더라. 왜 이러고 있나 생각한 순간 왠지 낡은 핸드폰이 꼭 내 모습같더라.

깨지고 찌그러지고 상처투성이지만, 그래서 남들이 보면 안타까워하거나 창피한듯 바라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사람들의 소식을 전해주고 여전히 맑은 소리로 음악을 들려주는 이 낡디 낡은 핸드폰이 꼭 나같아서 왠지 이쁘더라.

참 대견했어. 그간 버텨줘서 고마웠고. 게다가 여전히 기능은 쌩쌩하고.

흠집들을 가려보려, 아니 그것들을 없애보려 사포로 핸드폰 외관을 문지르고 또 문질었어.

한시간 정도 했으려나?

어라? 그런데 점점 반짝거리기 시작하는거야.

스테인리스 표면 가공법 중에 헤어링이라고 있잖아. 셀 수 없는 얇은 키스 자국들을 마치 머리카락처럼 빼곡히 만들어서 빛 방향에 따라 광택이 나게 하는 가공법. 꼭 그것처럼 말이야.

갈고 갈다보니, 마치 쇳덩어리가 한자루의 칼이 되는 것처럼 눈부시기 시작한거지.

그제야 장갑까지 동원해서는 열심히 갈고 더 갈았어.

맞아. 이게 내모습인거야.

흠집따윈 신경쓸것도 없어. 남들에겐 보이지도 않지.

그저 갈고 닦으면 되는거야. 이제야 빛이 나기 시작한 이 낡은 핸드폰처럼, 그래. 내게도 점점 빛이 나기 시작한거야.

난 그렇게 생각했어.

.

.

.

.

.

.

'돈 아꼈네.'

Comments


677e7103-550582.png
  • Instagram
  • Youtube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