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
- YoungKon Joo
- 2017년 1월 30일
- 2분 분량
새벽에 잠을 깨고선, 마치 과하게 삼킨 음식들을 토해내듯 자책들을 마구 쏟아냈어.
실은 몇 분이 채 안됐을지도 모르지만, 내 기억에 한 시간은 족히 넘었던 것 같아.
정말 끝이 없을 것만 같더군.
누군가를 이만큼이나 비난해본 적이 있었나?
게다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을 말이지.
게으름뱅이, 겁쟁이, 사기꾼, 비겁자, 양아치,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끝없이 달려가는 수식어들의 종점은 대부분 쓰레기였지. 맞아.
근데, 내 자신을 아무리 핥퀴고 헐뜯어도 눈물 한방울 나오지가 않더라.
사실이 그러니까. 쉬레기.
오늘도 노래를 한곡 만들었지.
다행히 음악은 참 빠르게 잘도 써져. 마음만 먹으면 말이야.
물론, 창작이란 게 늘 그렇듯 다시 돌아보면 엉망일 때가 허다하지만..
그럼에도 모처럼 내 입에서, 그것도 내 작품에다 대고 '아, 좋다.'란 말이 나왔어.
사람들이 왠지 좋아할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지.
아 물론, 내일 들어보면 또 쓰레기일지도..
형과 형수가 장을 봐와서 저녁을 만들어줬는데, 어찌나 맛있는지...
홍합탕에 짜장소스에 잡채까지 해줬는데, 너무 맛있어서 두그릇이나 먹었어.
와인도 혼자서 한병을 다 비워버렸지.
참, 염치도 없다. 그치?
켄 로치 감독의 나,다니엘,블레이크를 봤어.
영화보면서 담배는 세가치 정도 폈고.
식료품 지원소에서 통조림 먹던 케이티, 아...지금 생각해봐도 눈물이 난다.
아...인생이란 저런거지.
영화란 이런거지.
거지. 거지. 거지.
나는 거지.
그러고보니 엊그젠 길에서 자주 보던 거지에게 만원을 줬어.
나란 녀석, 그렇게 눈치만 살피더니, 없어보니 이제야 보이더라.
'아..저 영감, 왠지 나보다 건강해보인다.'
어제는 편의점에서 즉석복권을 이만원어치나 사며 신을 시험해보기도 했어.
전부 다 꽝이 되고나니까, 그제야 신을 믿게 되더라.
오...신이시어. 제발..
집으로 걸어오는데 바닥에 천원이 떨어져있길래, 얼른 주워서는 지갑에 고이 간직해뒀어.
나의 신은 그런 식이야. "옛다. 이 녀석아. 이거나 먹고 떨어져."
이것도 다 복인거야. 그치?
복 많이 받으라는 새해 인사 따위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내게도 있지.
그러면 나는 그 이름들을 얼른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지. 거짓 그리움 따위.
근사한 핑계거리를 찾다가, 핸드폰이 싫어졌다고, 전화 통화라는 행위가 너무너무 싫어졌다고, 그렇게 말해야지, 그렇게 생각했어.
마침 핸드폰 액정도 깨져서 핑계가 제법 그럴싸하다고 여겨졌어. 전화쓸 일이 더 없어졌다고.
핸드폰으로 글조차 읽을 수 없게 되니, 뉴스도 잘 안보게 되더라.
어찌나 편한지..
전화가 사라진다면, 그리움도 더해질텐데..
내 직업이 생기고, 내 사람들이 생기고, 내 집이 생기면, 꼭 그렇게 살아야지.
전화기없이, 오직 얼굴로만 볼 수 있는, 가끔 만나면 너무나 반가운, 그런 사람.
그런 사람=쓰레기.
나는 이렇게 또 한번 게으름뱅이로, 또 겁쟁이로, 또 사기꾼으로, 또 비겁자로, 또 양아치로, 또 쓰레기로 밤을 지샌다..
아.. 개운하다.
아....... 인정하고나니 이렇게 편한 것을..
왜 그리도 아닌 척 도망다니며 살아왔나..
드뷔시의 달빛이 참 좋은 밤, 아니 새벽에..
뭐 그렇다고.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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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zZ.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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