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빗소리에 잠을 깼다.
- YoungKon Joo
- 2016년 9월 11일
- 1분 분량
새벽녘 빗소리에 잠을 깼다.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에도 귀뚜라미는 여전히 울어댄다.
가을이 맞긴 한가보다.
기침을 연신 해댄다.
감기가 낫지 않아서려니 하면서도 담배를 한 가치 더 물어본다.
시골방에서의 처량함은 나름의 운치가 깊어서 좋다.
외롭다는 생각이 여름과 함께 떠나가서 다행이다.
이번주는 빨간 날들이 달력안에 연이어 새겨져있음에도, 그것이 어린 날처럼 설레지 않아서 안타깝다.
그리움이나 설렘보다는 귀찮음과 걱정이 앞선다.
비구름에 가려진 밤하늘을 보며 별을 꿈꿔본다.
여전히 나의 영혼은 어떤 작은 별 하나와 같은 상태를 공유하고 있다 믿는 중이다.
그 별은 마치 머물러있는듯 보여지지만, 사실은 쉼없이 자신의 길을 따라 방랑하는 중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별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너와 나의 별은 쉴 새 없이 외롭다.
언젠가 호주에서 점성술을 배워왔다던 동생이 별점을 봐준 적이 있었다.
"당신은 자꾸만 달아나려고 하는데, 여성의 기운을 가진 별들이 자꾸만 당신 주변을 맴돌며 쫒아다니는 운명이예요."
누군가가 보면, 그러니까 질투많고 여자 좋아하는 사내들이 보면 그만큼 좋은 운명이 없을테지만, 운명이란 게 늘 그렇듯 실제로 겪고 있는 이에게는 그만큼 안타까운 일이 또 없다.
요즘엔 본 적 없는 여자들이 꿈 속에 자주 출현한다.
엊그제는 자신의 질이 좁고 짧은 것을 신체의 치명적인 결함으로 착각하며 살아온 어느 나이 어린 여자가 나에게 몸을 허락하기도 했다.
그녀는 몹시 아파했고 나 역시 묘한 쾌감보다는 어떤 죄책감같은 것이 더 강렬했음에도, 그 정사는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축복이었다.
왜 여자들은 신음하는 걸까?
왜 신은 그녀들에게 사랑을 나누면 아파야만 하는 신체구조를 선물한 것일까..
그게 아니면 이런 내 생각 자체가 대단한 착각이려나..
오늘 저녁에도 제 짝 없는 남자 셋이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며 기타를 퉁겼다.
옛 연인 따위는 입에 담지도 말자며 몇 번이나 선언해놓고도 머슴애들은 약속을 그렇게도 어겨댔다.
그럴수록 기타소리는 왠지 모르게 듣기가 더 좋아진다.
인물이 출중해 바람둥이로 소문났던 한 녀석에게 내가 물었다.
"네게도 잊지 못하는 여자라는 게 있니?" 기타를 연주하던 녀석이 대답했다.
"그럼, 전부 다 못 잊지..."
나는 이제야 그녀를 떠올려도 더이상 그리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소식없던 비가 이만큼이나 서럽게 내리고 있는건가..
가을이 맞긴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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