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전
- YoungKon Joo
- 2010년 3월 16일
- 2분 분량
그곳에서 전 시외버스를 타고 목적지 없는 어디론가 떠나는 중이었어요.
전 맨 뒷자리에 앉아 창 너머의 시골 풍경에 도취되어있었죠.
한참 달리던 버스가 어느 정류장에 정차했을때, 주황색 승복을 입은 세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버스에 올라타 제 옆에 앉았어요.
승복 뒤엔 검은 색의 원모양이 그려져있었죠.
나이 순서대로 말하자면 첫번째는 나이가 지긋한 주지 비구니 스님이었고 둘째는 제 또래쯤의 제법 예쁘장한 비구니 스님,
막내는 아직 삭발하지 않은 작고 귀여운 20대의 초반 정도의 행자 비구니였어요.
버스가 다시 출발하자 전 자연스레 그들과 말을 섞게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제법 깊이있고 즐거운 대화들이 이어졌어요. 제 바로 옆엔 막내 비구니가 있었는데, 제가 말을 하는동안 절 뚫어지게 바라보거나 제가 하는 이야기에 과장스러울 정도의 반응을 보이더니 은근한 신체접촉을 유도하기도 했어요.
마치 발정난 고양이같은 그 모습이 왠지 뻔해 보이거나 싫진 않았어요.
오히려 사랑스러울 정도로 귀여였죠.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한 전 끊어진 대화 사이사이에 다른 시선을 피해 몰래 그녀의 손을 꼭 잡았어요.
심지어 가벼운 포옹까지 했어요.
그녀를 품에 안았을땐 어떤 기대하지 않았던 야릇한 감정이 엄습했어요.
그것은 단순한 욕망이 아닌 책임에 관한 가볍지 않은 감정이었어요. '이 아이. 정말 외로웠구나.' 그녀가 지나온 삶이 제 마음속으로 전이되었어요.
그녀의 삶은 어릴적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절로 보내졌거나,
그 어떤 이유에서건 수행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스스로 원치 않는 것이었죠.
그녀를 안고 있는동안 저는 그녀를 아끼고 사랑해주며 내쳐진 삶으로부터 보호해줘야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그러면서도 우린 과감한 스킨쉽을 몰래 해보기도 했죠.
전 이 여자를 사랑하게 되리라 확신했어요.
버스가 어느 지점에 도착하자 세명의 비구니 스님이 내릴 채비를 했어요.
이윽고 주지 비구니 스님이 제게 잠시간 절에 머물 것을 권했고 저는 흔쾌히 승락했어요.
둘째 비구니 스님은 버스에서의 저와 막내 비구니와의 감정을 눈치챘는지, 갑자기 제게 쌀쌀맞고 차갑게 대했어요.
자신은 그러지 못함에 대한 질투였죠.
절에서의 첫날밤, 전 그곳이 어떤 곳인지를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무렇지않게 막내 비구니 스님과 뜨거운 관계를 나눴어요.
저는 그녀를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야겠다 결심했어요.
다음날, 이미 막내 비구니 스님은 절로부터 도망간 상태였고
둘째 비구니 스님은 그녀가 떠날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묵묵히 막내의 짐을 챙기고 있었어요. 그날은 어떤 큰 행사를 준비하는 날이었는데, 주지 비구니 스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둘째 비구니 스님의 승무가 시작되었죠.
전 하염없이 그 춤을 바라보았어요.
빛이 날만큼 예쁜 외모에 눈부실만큼 아름다운 몸짓이었죠.
하지만 승무에 열중하는 둘째 비구니 스님의 눈빛은 이미 촉촉히 젖은 채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어요.
저는 절을 떠나 약속된 장소에서 막내 비구니 스님을 뜨겁게 끌어안았어요.
따뜻했어요. 사랑스러웠죠.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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