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전
- YoungKon Joo
- 2009년 7월 15일
- 1분 분량
그곳에서 전 친구들과 함께 참나무 냄새가 물씬 풍기는 허름한 술집에 앉아있었어요.
즐거운 친구들과 달리 전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앉아서는 술만 축내고 있었는데
한 친구녀석이 동거중인 제 여자친구의 안부를 물어오자 전 그저 잘 있노라 얘기하고선 집으로 돌아왔어요. 저와 함께 사는 그녀는 짧은 곱슬머리에 피부가 하얀 그저 그런 여자였어요.
생활력이 강한 여자였고 딱딱한 직업도 있었던 것 같아요.
딱히 절 성가시게 하는 일도 없었고 요리도 꽤 잘 했던 것 같아요. 함께 살면서도 그녀에 대한 최근 정보가 확실치 않았던 이유는, 이미 그녀가 제 곁에 없는 여자였기 때문이었죠.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집의 지하창고 한쪽 벽에서 숨을 거둔 채 저와 함께 살고 있었어요. 맞아요. 그녀는 얼마전 제가 죽였었던 거예요.
우리 사이엔 어떤 갈등도 분노도 두려움도 없었어요.
우리는 지극히 평범했고 지겨우리만큼 차분한 사이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죽인 것에도 특별한 이유가 없었죠.
그만큼 어떤 죄책감도, 심지어 죄의식마저 없었어요.
하루는 경찰들이 찾아와 우리집을 샅샅이 수색하기도 했는데 그날조차도 전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죠.
그런데 오늘밤은 뭔가 달랐어요.
누워있던 제 온 몸이 심하게 떨리며 알 수 없는 엄청난 크기의 공포가 제 침대마저 집어삼킬 듯이 덤벼들었어요.
그것은 그녀를 죽였다는 죄의식도,
결국엔 발각되어 세상에 알려질 거라는 두려움도 아니었어요.
저는 단지 그리움에 대한 공포를 경험 이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죠.
'그녀가 내 곁에 없어. 그리고 난 더이상 그 미소를 볼 수 없잖아.' 그리고 전 꿈에서 깨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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