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그곳에서 전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09년 2월 26일
  • 2분 분량

그곳에서 전

한 나라의 젊은 왕이었어요.

머리가 길었고 출중한 인물에 덩치도 꽤 좋았어요. 어느 날 큰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 돌아와 왕실로 걸어가는 길이었어요.

제 뒤를 따르던 십여명의 높은 신하들은 그간의 정세 따위를 보고하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전 몹시 피곤했기에 그 어떤 말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오로지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죠.

제 방으로 연결된 마지막 계단을 오르던 중

우연히 왼쪽으로 고갤 돌렸을때 5m정도 떨어진 곳에서 아주 작은 새 한마리가 날개를 다쳐 바닥에서 죽어가고 있었어요.

지나친 피로에 곧장 방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어떤 이끌림에 의해,

전 손짓으로 신하들을 세워놓고선 새에게 다가가 무릎 굽혀 두 손을 조심스레 내밀었어요.

죽어가던 작은 새는 저를 알아보듯 힘겹게 기어와 제 손 안에 들어왔어요.

전 그 새를 두 손으로 조심히 감사안은 채 허릴 세워 천천히 일어났어요.

조금 뒤 두 손을 펼치자 작은 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넓은 하늘을 향해 건강한 날개짓을 하며 다시 날아갔죠.

신하들의 입에서 일제히 감탄사가 흘러나왔고, 그들이 저를 존경하고 있다는 사실에 제 마음도 뿌듯했어요.

시간은 빠르게 흘러 수십년이 지나갔어요.

제가 일궈낸 업적들로 인해 이미 제 나라는 너무나 커져버렸고

그것으로도 부족했던 전 끝없는 욕심에 사로잡혀 어떤 거대한 기념건축을 구상하고 있었어요.

그것은 꽤나 오래된 것이었죠.

전 많은 것들을 남기고 싶었어요.

전 그 업적들이 위대하고도 신화적이라고 믿고 싶었죠.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제 욕심이 커져갈수록 백성들과 신하들의 원성 또한 커져갔어요.

깊은 고민에 빠져 제 방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던 어느 날, 예전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어요.

그때와 똑같은 작은 새 한마리가 역시 날개를 다쳐 같은 자리에서 파닥거리며 죽어가고 있었죠.

전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 새에게로 천천히 다가갔어요.

그 날의 상황과 달랐던 것은, 오직 늙어버린 제 모습과 제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신하들의 의심스런 눈빛들이었어요.

과거의 믿음과 존경은 어느새 불신과 경멸로 변해있었죠.

전 아닌 척 하면서도 사실은 그들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고 있었어요.

작은 새 앞에 물끄러미 앉아서는 손을 내밀었어요.

새마저 제 눈치를 보며 다가오길 망설이는 듯 보였죠.

전 강제적으로 새를 움켜잡았어요.

새의 따스한 온기와 작은 떨림이 제 가슴을 심하게 울렁이게 만들었어요.

따뜻한 눈물이 흘렀죠.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제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들이 빠르게 제 심장을 파고 들었어요.

그때 두 손에서 작은 빛줄기가 새어나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러면서도 저는 새가 다시 날지 못할까 봐, 제가 치유해주지 못할까 봐 그것이 너무나 두려워졌어요.

그리고 전 꿈에서 깨어났어요.

댓글


677e7103-550582.png
  • Instagram
  • Youtube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