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전
- YoungKon Joo
- 2009년 2월 7일
- 1분 분량
그곳에서 전
큰아버지로부터 중국여행 이야기를 전해듣고 있었어요.
무용담처럼 진행된 이야기를 다 전해들은 전 약간의 설렘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오는 길에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곤색의 작업용 점퍼를 걸친 아주 절친한 아저씨를 만났는데, 전 마치 제 무용담을 자랑하듯 열심히 또 섬세하게 큰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얘기를 들은 그 아저씨는 미리 준비라도 했다는 듯이 자신이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제게 중국행 비행기표를 선물로 주었어요. 전 곧바로 여행을 떠났죠.
여행의 마지막에 전 아주 깊고 넓은 바다를 잠수했는데,
위로는 밝은 햇살이 차분히 수면을 뚫고 내려와 온통 에메랄드색을 뿜어댔고
아래로는 찬란한 빛깔의 산호들이 부드러운 물살에 출렁이며 절 유혹하고 있었어요.
전 거북이처럼 한참을 느리게 유영하다가 어느 바위틈에 숨겨진 작은 불상을 발견하고선 그곳을 향해 천천히 헤엄쳐갔어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보리수 아래에서 수행하던 피골이 상접한 싯타르타의 모습이었는데
돌로 만든 30센티 정도의 뼈만 남은 앙상한 석가모니의 조각이었어요.
뭔가 이상한 점은 가부좌를 튼 무릎 위에 올려진 손바닥 안에, 작고 예리한 칼이 놓여 있다는 것...
불상은 물에 잠긴 흔한 석조처럼 누렇게 색이 바랜 반면,
그 칼은 귀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듯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어요.
저는 그 칼을 한참 구경하다가 방향을 틀어 돌아가려는데
거대한 물체가 제 앞을 막고 있던 바람에 전 잠시 멈춘 채 가만히 물속에 떠있었어요.
오랜 유적처럼 이끼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황갈색의 광물이었습니다.
그 형체를 확인하려 조금 뒤로 물러나 고갤 들어보니
놀랍게도 그것은 높이가 50m도 넘을만큼의 거대한 황금불상이었어요.
제 눈은 튀어나와버릴만큼 커졌고 입에서는 탄성이 절로 새어나와 작은 기포들이 수면 위로 보글보글 떠올랐어요.
그 웅장함은 감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기에, 굉장한 보물을 처음 발견한 사람처럼 제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저는 형에게 제가 본 것에 대해 신나게 떠들며 자랑했어요.
그런데 형은 오히려 버럭 화를 내며 제게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이 바보야. 왜 그걸 이제야 알았어? 그건 아주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잖아."
그리고 전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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