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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전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08년 12월 18일
  • 1분 분량

그곳에서 전 술이나 약 따위에 취했거나 그게 아니면 아예 정신이 나가있는 상태였어요.

그곳은 얇은 투명막같은 기억 속에서 근근히 살아숨쉬던 외할아버지댁의 모습이었죠. 그곳에서의 사람들은 잔치라도 하듯 마당에 둘러앉아 웃고 떠들며 즐거워하고 있었어요. 한명, 한명 훑어보니 모두 제가 아는 사람들이었죠. 가족과 친척에서부터 가까운 친구, 이별한 사람들까지. 그 모두가 제가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했던 사람들이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전 멍하니 정신나간 사람처럼 즐거워하는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다니며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어요. 잘 차려진 상을 발로 찬다든가 심지어 웃어른에게 욕을 하기까지 했어요.

그러던 어느 순간 제 스스로가 일부러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행패를 부리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다치는건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저를 무시하며 즐기고 있던 사람들이 결국 저를 피해 하나, 둘 신발을 신고 가방을 챙겨 자릴 뜨기 시작했어요. 저는 마지막으로 나가는 사람을 향해 병을 던졌죠.

이때까지도 바닥을 향해 세게 던져 겁만 줬을 뿐이었어요.

결국 모두가 떠나고 혼자 남았어요. 갑자기 마취에서 깬 듯, 아니면 그 행패가 마치 잘 짜여진 연기라도 되는 듯

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정신이 멀쩡하게 돌아왔어요. 그 집은 교묘한 이층집 구조의 일층짜리 한옥이었는데 전 양철 슬레이트로 된 창고 지붕으로 올라가 몸을 납작하게 엎드린 채로 집을 떠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어요. 모두가 행복해보였죠.

사람들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하나같이 자기들 이야기에만 열중하며 발길을 돌리고 있었어요.

절 걱정하는 사람이나 심지어 제 욕을 하는 사람조차 없었기에

제 자신이 한순간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눈물이 났어요. 저는 몸을 돌려 하늘을 향해 누웠어요. 마치 어린 아이처럼 누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처럼 소리내어 울었어요.

순간 잠에서 깼는데도 전 여전히 울고 있었죠.

꿈에서는 무척 서러웠지만 현실로 이어진 그 울음은 어떤 곪았던 상처가 터진 느낌처럼 아프면서도 개운했어요. 그 기분이 좋아 저는 다시 잠을 청했고,

그곳에서 전 여전히 그 집 지붕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몸을 돌려 거리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모두가 떠나고 아무도 없었죠.

그리고 전 꿈에서 깨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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