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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전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06년 10월 25일
  • 2분 분량

그곳에서 전 시골 농가에 사는 아주 작은 소년이었는데

언제나 넝마처럼 다 헤진 옷을 입고 다녔으며 얼굴은 늘 흙투성이였죠.

그곳은 독특하게도 마을 사람들이 가진 경작지마다 그 땅 속에 한두평 정도의 작은 창고같은 방들이 있었는데

저는 매일 한곳씩 몰래 찾아다니며 그 방들에 숨어서 밤을 지새곤 했어요. 아마도 저는 집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전 어떤 방 안에서 저를 기다릴 아주 감동적인 무엇인가가 숨겨져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추측할 수 없었지만 그것은 아마도 어린 저의 꿈이자 희망이었다는 느낌은 가질 수 있었어요.

마을에는 아주 무서운 아저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항상 헬맷을 쓴 채 한 쪽 어깨엔 길다란 장총을 매고 다녔고

그를 향한 두려움으로 인해 아저씨의 경작지는 어느 누구도 얼씬조차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왠지 그 아저씨의 지하방엔 그것이 반드시 있을 것만 같았어요.

어느밤 저는 아저씨의 경작지 주변에 숨어서 그의 비밀 방에 들어갈 기회만 엿보고 있었어요. 후레쉬를 이리저리 비추며 야간 경비를 서고 있는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죠.

그러더니 불빛이 서서히 제게로 가까이 다가오자, 전 바닥에 납짝하게 엎드린 채 숨죽였어요.

불빛이 제 등을 스치는동안 잠시간의 따스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등의 온기가 사라지자 저는 다시 두려워지기 시작했어요.

전 잽싸게 몸을 숙인 채 아저씨의 지하방으로 뛰어들어갔어요.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가슴은 벅차올랐습니다.

'내가 찾던 게 여기에 반드시 있을거야.'

하지만 그 방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다른 지하방보다 오히려 더 좁다는 안타까운 사실 뿐이었죠. 전 바닥에 누워 몸을 웅크렸어요. 눈물이 날 것만 같았죠. 소리내어 울고 싶었어요. 그때였어요. 계단을 내려오는 무거운 발자국소리가 천장에서 들려왔어요. 전 두려움에 두 눈을 감았어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어요. 저벅. 저벅. 저벅..... 어느 순간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멈추더니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도망갈 곳도 숨을 곳도 없었죠.

그러니까 그나마 제가 도망갈 수 있는 유일한 문으로, 제 두려움의 대상이 다가오고 있었던거죠.

전 눈을 감고 귀를 막았어요.

몇 번의 걸음 소리가 더 가까이로 들려오더니 꽤 오랫동안 정적이 이어졌어요. 귀를 막았던 손을 살며시 떼어봐도 고요함은 여전했어요. 갈비뼈 밖으로 튀어나올듯한 심장박동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옴을 느끼자,

저는 그제야 눈을 떠 장화굽 소리가 멈춘 곳을 천천히 돌아봤어요. 예상대로 그 아저씨였죠. 헬맷을 벗은 아저씨는 생각보다 좋은 사람같아 보였어요.

아저씨가 저를 내려다보더니 말했어요.

"얘야. 거기는 몹시 추운 곳이란다."

그리고서 아저씨는 제게 다가와 하얀 베개와 두꺼운 담요를 덮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전 꿈에서 깨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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