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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전

  • 작성자 사진: YoungKon Joo
    YoungKon Joo
  • 2010년 6월 25일
  • 2분 분량

그곳에서 전 함께 영화를 준비중인 여자 동료 두 명과 함께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의 커다란 호텔에 방을 잡고 휴양중이었어요. 우린 낮에는 호텔 앞 수영장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고, 밤에는 호텔 지하의 나이트클럽에서 광란의 밤을 보냈죠.

이상하게도 나이트클럽에서는 제가 여자들에게 꽤나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는데, 유명 연예인이 되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어요.

클럽의 모든 여자들이 저를 의식하고 곁눈질로 제게 관심을 끌려 무던히도 노력했죠.

전 그 사실이 신기해 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보니, 입고 있는 검은색 후드를 벗으면 그냥 평범한 저로 보이는데 후드만 뒤집어 쓰면 얼굴이 잘 생겨보이는 것이었어요.

전 후드를 쓴 채 스테이지로 나가 신나게 춤을 췄어요. 여자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말이죠. 여자 동료들은 그 점을 신기해하면서도 어떤 야릇한 질투를 느끼고 있었어요.

그 질투심이 나를 향한 것인지 내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들을 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참 뒤 다른 친구들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현실에서 제 영화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있다며 거기로 오라는 것이었어요.

그곳은 우리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삼보모텔'이란 곳이었어요.

전 동료들에게 다녀오겠노라 말하고선 친구들에게 갔어요.

도착하자마자 친구들은 저를 반기며 제게 부탁이 있다고 했어요.

자신들이 놀며 찍은 비디오가 있는데 그것을 편집해달라는 것이었죠.

전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흔쾌히 승락했어요.

한 친구가 제 방을 따로 잡아놓았다며 그곳에 장비가 있다고 했어요. 전 침대도 없는 허름한 방에서 캠코더를 노트북에 연결해놓고선 편집작업을 하기 시작했어요.

실제의 저와 다르게 그곳에선 기분 나쁠 것도 없이 그러려니 했어요.

그때쯤 호텔에 있는 한 동료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뭔가를 두고 갔으니 갖다주겠다는 것이었어요.

기다려도 기다려도 동료가 오지 않자, 전 직접 호텔로 돌아갔어요. 그때는 이미 늦은 새벽이었죠.

호텔 1층에는 아주 호화로운, 입구에서 홀까지 자줏빛 할로겐이 일렬로 정렬된 큰 호스트빠가 있었는데

막 영업이 끝났는지 여자 손님들과 호스트들이 술에 거나하게 취해 우르르 밖으로 밀려나오고 있었어요. 그들을 대충 훑어보며 호텔 로비로 들어서려는데, 호스트빠 입구 뒤켠에 앰뷸런스가 한 대가 서 있고, 그 옆으로 이동식 침대 두대가 'ㄱ'자로 놓여있었는데 그 위에 각각 제 여자 동료들이 누워있는 것이었어요.

전 순간 어떤 사람들이 그랬는지 찾아가서 복수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가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는 그녀들에게 천천히 걸어갔어요.

한 동료는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누워있었고 한 친구는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채 피벅범이 되어 있었죠.

그 피가 침대 시트까지 온통 적신 상태였기에 전 깜짝놀라 그들에게 다가갔죠.

전 우선 그나마 괜찮아보이는 동료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어요. "괜찮아?" 그녀가 흐느껴 울며 고갤 끄덕였어요.

그녀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호흡을 가다듬고는 피범벅이 된 동료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았어요.

그녀 앞에서 한 간호사가 아주 무표정한 얼굴로 마치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기계처럼 그녀의 이마의 찢어진 상처를 꿰메고 있었어요. 덤덤한 간호사의 태도에 그제야 저는 조금 안심할 수 있었죠. 누워있는 동료의 얼굴은 눈을 뜰 수 없을만큼 많이 망가져있었고 특히 입술과 혀를 심하게 다쳐 특히 입가가 많이 부어올라있었어요. 그녀가 대답할 수 없음을 알아차리고는 전 말했어요. "괜찮아. 내가 하는 말에, 응이란 대답은 손을 한번 꼭 잡고, 아니라는 대답은 손을 두번 잡아." 그녀가 제 손을 한번 꾸욱 움켜쥐었어요. 그때쯤엔 얄팍한 복수심 따윈 이미 사라지고 없었죠.

그녀가 많이 다쳤음을 인지하면서도, 그만큼 걱정되면서도 마음은 의외로 상당히 차분했어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넌 이보다 더 심한 것들도 충분히 겪었잖아. 그렇지?" 그녀가 제 손을 한번 쥐었어요.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어요. "괜찮아. 모든 게 괜찮아 질거야. 괜찮아." 전 한참동안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어요.

그리고 전 꿈에서 깨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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